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을 향한 마지막 한 걸음을 옮긴다.
토트넘은 오는 9일 오전 4시(한국시간) 노르웨이 노를란 보되의 아스프미라 스타디움에서 보되/글림트와 2024/2025 UEL 4강 2차전에서 맞붙는다. 지난 2일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3-1로 이긴 토트넘은 2차전 원정에서 1골차 패배 이상 성적만 거두면 결승으로 간다. 토트넘이 만일 UEL에서 우승하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UCL) 출전권도 확보한다.
2골 차 우위라고 해서 방심은 금물이다. 보되는 유럽 북쪽 끄트머리인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있다. 경기 시간 기온은 8도에 소나기도 예보됐다. 쌀쌀한 날씨에, 비마저 내리며,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홈 팬의 야유도 한 몸에 받는 상황은 원정팀에게는 엄청난 악재가 될 수 있다. 실제 보되/글림트는 이번 시즌 홈에서 치른 유럽대항전 10경기에서 9승 1패를 거뒀다. 보되는 영하 10도에서도 축구를 하는 등 악천후 축구에 특화돼 있다.
경기장은 아스프미라 스타디움이다. 수용 인원 8720명 규모로 아주 작다. 변수는 100% 인조잔디가 깔려 있다는 점이다. 지붕도 없다. 비가 오면 토트넘으로서는 무척 낯선 환경과 싸워야한다. 미드필더 호콘 에브옌은 지난 1월 CNN과 인터뷰에서 “우리에게는 이런 환경에서 훈련하는 것이 익숙하지만, 더운 나라에서 온 팀들은 추운 날씨와 단단한 잔디에서 뛰는 것이 완전히 새로운 경험일 것”이라고 말했다.
보되/글림트는 2024~2025시즌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치렀다. 영국 맨체스터 올드 드래포드에서 잉글랜드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맞붙었다. 2-3로 석패했지만 유럽 축구팬들을 놀래키기 충분한 경기력을 뽐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경기에 보되/글림트 팬 6500명이 원정 응원을 갔다는 것이다. 보되 인구 5만5000명의 약 12%에 해당하는 숫자로 이 작은 도시가 축구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보여줬다.
보되/글림트에서 ‘글림트(Glimt)’는 노르웨이어로 ‘섬광(Flash)’을 의미한다. 팀은 이에 걸맞게 모두 노란색 유니폼을 착용한다. 보되/글림트는 과거 노르웨이 1~4부 리그를 오가며 부침을 겪었다. 108년 역사를 지닌 클럽이지만, 최근 들어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다. 2020년 보되/글림트는 클럽 역사상 처음으로 리그에서 우승했다.

보되/글림트의 다음 목표는 클럽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축구챔피언스리그 본선에 나가는 것이다. 노르웨이리그 우승팀은 유럽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직행하지 못하고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해야만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다. 만일 보되/글림트가 토트넘을 꺾고 유로파리그 결승에 올라 우승한다면 다음 시즌에는 ‘꿈에 그린’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권을 따낼 수 있다. 에브옌은 “유럽 무대에 나서기 전까지는 우리 수준이 아직 낮다’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경기를 해보니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우리가 최고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어떤 팀과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리그는 긴 겨울 때문에 3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다. 보되/글림트는 올해 리그 4경기를 치러 3승1무를 기록 중이다. 9골을 넣었고 실점은 2골뿐이다. 조직력은 아직 완성된 수준은 아니지만 체력만큼은 짱짱하다. 반면 토트넘은 시즌 막판을 치르고 있어 체력이 많이 소진됐고 손흥민, 매디슨 등 부상 선수도 적잖다. 보되/글림트는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에서 홈 11경기 중 10승을 거뒀다. 라치오, 올림피아코스, 포르투도 이곳에서는 패했다.
스포츠 베팅 업체들은 토트넘 승리 45%, 보되/글림트 승리 30%, 무승부 25%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차에 비하면 보되/글림트 승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지 않다. 언론들은 “2차전에서는 보되/글림트가 이길 수도 있지만 1·2차전 합계에서는 토트넘이 앞서 결승에 진출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