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국가가 사라질 수 있다”…섬나라 마셜제도, 축구로 외치는 절박한 생존 메시지

2025-05-07

“바다에 잠기기 전에, 우리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태평양 작은 섬나라 마셜제도는 실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미국 CNN은 7일 “미국의 핵실험 후유증까지 안고 살아가는 이 나라는 이제 ‘국가의 소멸’이라는 절박한 현실과 맞서 싸우기 위해 뜻밖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며 “그게 바로 축구”라고 전했다. CNN은 “전 세계 193개 유엔 회원국 중 유일하게 국제 11인제 축구대표팀이 없는 마셜제도가 오는 8월 미국에서 첫 국가대표팀 경기를 치른다”고 덧붙였다.

마셜제도는 29개 환초와 5개 단독섬으로 이뤄졌다. 전체 섬 개수는 1200여 개인데 대부분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다. 육지 면적 약 181㎢로 서울의 1/3 수준이다. 평균 고도는 해수면에서 2m 이내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국가 중 하나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마셜제도 해수면은 10㎝ 상승했고, 향후 30년간 추가로 19㎝ 오를 수 있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세기 말까지 연간 100일 이상 침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마셜제도축구협회(MISF)는 기후 위기속 생존 문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홈(No-Home)’이라고 명명된 유니폼을 공개했다. 국기 색상과 섬의 생태 이미지를 담은 이 유니폼 중앙에는 “1.5”라는 숫자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파리기후협정에서 합의한 지구온도 상승 제한치다. 이 유니폼은 SNS에서 더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게시물이 올라올 때마다 소매, 허리, 목 부분이 점점 사라졌다. 섬처럼, 유니폼도 조금씩 사라진다. 협회는 “그저 예쁜 옷이 아니라,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마셜제도는 평균 고도가 2m 남짓인 산호환초 위에 자리한 국가다. 양옆으로 바다와 석호가 맞닿은 좁은 도로 하나에 국가 인구 3만9000명이 밀집해 있다. 전통적으로 농구와 배구가 인기 스포츠인 이곳에서 축구는 사실상 낯선 존재다. 뛸 공간이 부족하고, FIFA 규격 경기장은 단 한 곳뿐이며 골대조차 없다. 영국 출신 자원봉사자 맷 웹과 로이드 오어스는 현지 아이들을 위해 농구 코트를 활용한 풋살 리그부터 시작했다. 장비와 코치를 하나하나 마련해 나가며 서서히 공동체의 신뢰를 얻었다. 오어스는 “섬사람들은 이동이 어렵다. 어떤 아이들은 섬 밖으로 처음 나간 게 축구 원정이었다. 그 경험이 인생 최고의 주말이 됐다”고 말했다.

오는 8월 마셜제도는 미국 아칸소 스프링데일에서 열리는 4개국 친선대회 ‘아우트리거컵’에 참가한다. 상대는 괌,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터크스앤카이코스제도 등 모두 FIFA 회원국이다. 마셜제도는 이번 대회를 통해 국제 A매치 기반을 다지고, 2030년까지 FIFA 가입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번 대회가 열리는 스프링데일은 본토 외 지역 중 마셜계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다.

마셜제도는 1946년부터 1958년까지 미국의 67차례 핵실험 피해를 안고 있다. 방사능 오염과 이주, 해수면 상승은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있다. 마셜제도축구협회는 “축구가 공동체를 다시 엮는 끈이 되길 바란다”며 “축구는 단지 경기 이상이다. 마셜제도라는 이름이 끝까지 살아 있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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