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피해·김건희 비리 의혹, 위기의 ‘캄보디아 ODA’···“끊기면 빈곤층부터 타격”

2025-10-23

캄보디아 내 인신매매, 사기 범죄 피해 실태가 알려지면서 현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 축소·중단될 위기에 내몰렸다. 국내외 비정부기구(NGO)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원조가 끊기면 무고한 지역 주민이 피해 볼 것”이라며 우려했다.

제이컵 심스 미국 하버드대 아시아센터 방문연구원은 지난 22일 기자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ODA 예산 삭감은 취약한 현지 주민에게 직접적인 고통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심스 연구원은 “한국 정계에서 캄보디아 정부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ODA 사업을 축소하는 논의를 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식수, 교육, 보건 등 인도적 지원에 절실하게 의존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캄보디아 인신매매 피해자 지원 NGO에서 활동했으며 미국 정부가 추진한 인신매매 근절 프로젝트 고문 경력이 있다.

캄보디아 주민들에게 불어닥친 ‘ODA 중단 위기’

ODA는 개발도상국 시민에게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고 현지 경제 발전을 도우려는 목적으로 시행하는 정부 사업이다. 인프라 건설부터 사법제도 연구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은 캄보디아에 교육, 수자원 관리 등 분야에 주력해 원조하고 있다. 올해 캄보디아 ODA에 배정된 예산은 4352억7100만원이다.

캄보디아 거대 온라인 사기 단지에서의 한국인 피해 소식이 전해지자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국민의 희생이 계속된다면 정부는 캄보디아에 대한 ODA 원조 중단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캄보디아 범죄 온라인 기사에는 ‘캄보디아 ODA를 폐지해야 한다’ ‘한국을 호구로 보는 나라에 무슨 ODA’ 등 댓글이 달렸다. 통일교가 김건희 여사에게 메콩강 개발 ODA 사업 수주를 청탁했다는 의혹도 ‘ODA 축소론’의 근거가 됐다.

NGO 활동가들은 코로나19 대유행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국제개발처(USAID) 해체 등으로 원조 사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한국까지 ODA를 줄이면 캄보디아 사회 다방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적지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레아프주의 프놈끄라움 마을에는 2007년 중·고등학교가 만들어졌다. 한국 NGO 로터스월드는 수원시 ODA 예산과 종교기관·개인 후원금 등으로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교가 없었던 이 마을에선 새 학교가 생기면서 약 50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현지인을 선생님으로 채용하면서 일자리도 생겼다.

캄보디아 범죄 단지 피해 소식이 한국에 알려지자 이곳에 머물던 봉사단 17명은 한국으로 중도 귀국했고, 향후 봉사 파견 계획도 취소됐다. 박금호 로터스월드 국장은 “사무실에 ‘왜 범죄 국가를 도와주냐’는 항의 전화도 걸려왔다”고 전했다.

범죄 여파로 이미 캄보디아 내 일부 ODA 사업은 중단됐다. 경상남도는 ‘한국문화 이해 및 세계시민 교육 훈련 지원’을 취소했고,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메콩강 수자원 관리 협력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한국은 인신매매 피해 예방·가상자산 탈취 대응 등 이번 사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야에서도 원조 사업을 하고 있다. 온라인 사기 단지에 감금된 사람 한 명을 구출해서 일상으로 돌려보내기까지 적게는 5명, 많게는 수십 명 NGO 활동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심스 연구원은 전했다.

한 글로벌 인신매매 피해 지원 NGO 소속 활동가 A씨는 “캄보디아 시스템이 교육이나 인프라에 제대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며 원조가 중단돼 지역 경제 개발 사업이 멈추면 빈곤층이 불법 산업으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가 굳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가 소속된 NGO는 캄보디아에서 인신매매 피해자 구출, 법률 대리, 일상 회복 등을 돕고 있다.

원조 사업 하나가 진행되려면 공여국과 수원국 정부, NGO, 은행, 지방 정부 등 여러 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 심스 연구원은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려면 현지 당국과의 지속적 조율, 안정적 자금 확보, 현장 인력 양성을 필수로 소화해야 한다”며 “이 연결고리가 끊어지면 수년 동안 쌓인 신뢰 관계와 인프라가 무너져 재개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고 지적했다.

ODA 사업이 한국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 정부는 2011년 제조업·건설·인프라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는 캄보디아를 중점협력국으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ODA를 통해 영향력을 확장하면 외교력도 강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범죄집단 및 범죄 연루 고위 공무원에 대한 제재 등 외교적 압박을 통해 초국적 범죄조직에 맞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스 연구원은 미국·영국이 함께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 단지를 운영한 프린스그룹의 자산을 추적했듯이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금융 대응을 위해 공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프린스그룹을 넘어 캄보디아 고위 정부 관리 등 범죄와 연루된 더 넓은 네트워크로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장지순 상명대 국제개발 특임교수는 “기존에 진행하던 ODA 사업을 철수하면 사업 계약과 관련한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국가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다”며 “문제가 있다면 ODA 사업 점검과 개선 등 방식을 통해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