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클라우드가 초거대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X 기반 추론 특화 모델을 다음 달 출시한다. 올해 초 딥시크가 추론 모델 R1가 촉발한 추론 모델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추론형 AI 모델을 앞세워 인간처럼 사고하는 ‘AI 에이전트(비서)’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소버린(주권) AI 확립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23일 네이버클라우드에 따르면 하이퍼클로바X 추론 모델은 AI 생성 정보의 사실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벤치마크인 심플QA(영어)에서 90.1점을 기록했다. GPT-4o의 웹검색 특화 모델인 ‘GPT-4o-서치-프리뷰’(90.0점)과 유사한 성능을 보인 것이다. 수학과 코딩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인 매스500, 휴먼Eval에서도 모두 90점을 넘겼다.
추론형 AI 모델은 학습 기반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기존 모델과 다르게 스스로 단계적 사고를 통해 최적의 해결책을 찾는다. 중국 딥시크와 미국 오픈AI, 구글 등 빅테크들이 추론형 모델을 출시했다. 국내 LG AI연구원과 업스테이지, 라이너 등도 추론형 모델 개발에 뛰어들었다.

네이버가 추론형 모델을 기반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AI 에이전트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 추론 모델은 수학,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더 정확한 답변을 생성할 뿐만 아니라 시각 및 음성 정보 이해, 자동 웹 검색, API 호출, 데이터 분석 등 능력도 끌어올렸다. 예를 들어 하이퍼클로바X 추론 모델에 ‘제주도 서귀포 쪽에 아이들하고 갈 만한 관광지 어디 있을까? 후기 좋은 숙소도 예약해줘’와 같이 명령을 입력하면 추론 모델은 스스로 추론을 통해 답변 계획을 세운다. 추론 모델은 각 단계에서 검색 API나 숙소 예약 API를 호출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여기에 상품 구매, 업무 자동화, 스마트홈 제어 등 다양한 종류의 API를 연동하고, 정보 탐색이나 데이터 시각화처럼 AI의 기능을 확장한다. 기존에는 AI가 어떤 도구를 활용해야 하는지 사용자가 직접 지정해야 했다면 추론 모델을 통해 하이퍼클로바X가 적절한 도구를 스스로 선택하는 역량을 강화한 것이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 총괄은 “여러 서비스를 연결해서 문제를 스스로 알아서 일을 하는 추론 역량이 중요하다”며 “하이퍼클로바X가 할 수 있는 일은 MCP(Model Context Protocol)가 할 수 있는 일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선보일 음성도 인식할 수 있는 멀티모달 모델도 AI 에이전트의 편의성을 높일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의 AI 음성 모델은 감정을 표현하는 음성 합성, 말투와 스타일을 분석하는 기능, 자연스러운 대화 흐름 등이 가능하다. 네이버는 향후 텍스트와 음성을 유연하게 넘나드는 AI 대화 모델을 개발해 더욱 진보된 음성 기반 AI 상호작용을 구현할 예정이다.
2021년 국내 최초로 초거대 AI 모델을 선보인 네이버의 AI 개발에 속도가 더욱 붙을 것으로 예측된다. 네이버는 올해 2월 개발 비용은 줄이고 성능은 더욱 높인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을 개발했다. 이미지뿐만 아니라 영상도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 능력을 확장했다. 국내 다양한 스타트업과 연구기관이 상업용으로도 쉽게 하이퍼클로바X를 이용할 수 있도록 ‘초경량’ 멀티모달 모델 하이퍼클로바X시드를 구축해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AI 저변 확대를 위한 이러한 노력들이 국내 소버린 AI 생태계의 체력을 더욱 단단히 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생성형 AI 패러다임의 초기부터 뛰어들어, 기술 발전의 거의 모든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온 국내 유일의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며 “추론 모델과 AI 에이전트 등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질수록 그동안 축적해온 기술력과 노하우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