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미발간' 광동제약, 나홀로 '역주행'

2024-10-30

국내 상위 제약바이오 기업 10곳 중 유일하게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은 광동제약이 올해 ESG 등급 평가에서도 제자리걸음을 했다.

30일 한국ESG기준원(KCGS)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ESG 등급 C에 머물렀다.

광동제약은 지난 2019년 ESG 등급 B를 받은 이후 2021년까지 3년 연속 ESG 등급 B를 받았지만, 2022년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전 부문에서 등급이 하락하며 등급 C로 주저앉았다.

지난해에는 환경 부문이 D에서 C로 한 등급 올랐지만 지배구조 부문이 B에서 C로 악화됐고, 올해도 환경은 B+로 한 단계 올라섰지만 사회 부문이 B에서 C로 하락하며 ESG 등급은 3년 연속 C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광동제약의 등급하락은 KCGS가 평가기준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조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슷한 시기 다른 주요 제약바이오사도 일제히 등급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다른 제약바이오사가 ESG·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며 등급 회복에 힘쓰는 데 반해 광동제약은 뚜렷한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광동제약은 올해 10대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중 ESG·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은 유일한 기업이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기업의 환경, 사회, 그리고 지배구조와 관련된 활동과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한 문서다. 최근 많은 투자 기관이 환경, 사회적 가치, 윤리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책임 투자 전략을 강화하면서, ESG를 핵심 투자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기준 상위 10대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유한양행, 종근당, GC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보령, HK이노엔 등 주요 제약바이오사는 관련 보고서를 수년째 발간하고 있지만 광동제약은 ESG 관련 보고서를 내고 있지 않다.

제약바이오사가 ESG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은 ESG 공시 의무화를 대비한 선제적 조치로 여겨진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ESG 공시 기준 법제화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오는 2026년부터 미국 내 모든 상장기업은 기후 관련 정보를 재무제표에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0월 제3차 ESG 금융추진단 회의에서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주요국 ESG 공시일정 등을 고려해 오는 2026년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의무화 시기는 추후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결정할 예정으로, 국내 ESG 공시 의무화 대상기업 및 도입 시기 등에 대해서도 검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본래 당국은 2025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해 2030년에는 코스피 전체 상장사로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도입이 최소 1년 이상 늦춰진 것이다.

제약바이오사가 국내 도입 연기에도 불구하고 ESG 관련 보고서를 앞다퉈 발간하는 이유는 주요 시장인 유럽과 미국 등이 점차 더 강력한 ESG 기준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지난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KPBMA FOCUS' 보고서를 통해 "미국, EU 등 주요국은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ESG, 특히 환경과 인권 이슈를 활용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서 글로벌 원청기업이 주요 협력사를 대상으로 ESG를 요구했던 관행을 그대로 옮겨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에 집중하는 기업이 ESG 등급 개선에 적극 나서는 이유를 설명한다. CDMO 업계의 '큰손'인 글로벌 빅파마가 CDMO 기업 선정 시 생산 단계의 탄소배출량 절감 가능성을 따지고 있어, ESG 부문이 개선되지 않으면 글로벌 수주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표적인 CD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1년 KCGS에 A 등급을 받은 이후 올해까지 4년 연속 전 부문 A 등급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광동제약이 다른 업체에 비해 ESG 경영에 미흡한 것은 특유의 매출 구조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광동제약은 내수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대비 수출액(153억원) 비중은 1% 수준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 역시 매출의 0.9%인 75억원으로 내수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 상위 제약사 30곳의 매출 대비 수출 비중 평균이 10%인 것과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졌다.

광동제약은 전통적으로 삼다수를 비롯한 F&B(식음료) 사업 부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이다. 광동제약 F&B영업 부문 매출은 올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의 50.1%로 과반을 차지했다. 삼다수 비중이 전체 매출의 32.2%로 가장 높았고 이어 비타500류(9.5%), 헛개차(4.3%), 옥수수수염차(4.1%) 순이다.

약국·병원 영업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29.5%로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가다실(11.7%)을 제외하면 청심원류(6.2%), 경옥고류(2.2%), 쌍화탕류(2.0%), 비타500류(1.9%) 등 주요 품목 모두 한 자릿수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액에서 전문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14.8%에 불과하다.

편중된 수익 구조 탓에 주가도 연일 횡보 중이다. 지난해 매출 1조5145억원을 기록한 광동제약의 30일 3시 기준 시가총액은 2899억원으로 지난해 더 낮은 매출을 기록한 대웅제약(2023년 매출 1조3753억원)과 종근당(2023년 매출 1조3030억원)이 같은 날 각각 시총 1조7334억원, 1조3346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많게는 6배 넘게 차이 난다.

올해 발표된 다른 10대 제약바이오사의 ESG 등급은 모두 광동제약보다 두 단계 이상 높았다.

지난해 ESG 통합 등급 A+로 10대 제약바이오사 중에서 가장 높은 등급을 기록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A로 한 단계 하향됐다. 뒤이어 ▲셀트리온 B→A ▲유한양행 A→A ▲종근당 B+→A ▲대웅제약 B+→B ▲GC녹십자 B+→B+ ▲한미약품 B+→B ▲HK이노엔 A→A+ ▲보령 B+→A 등급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대웅제약, 한미약품을 제외하면 모두 등급을 유지하거나 한 단계씩 상승하는 데 성공했다.

광동제약 측은 ESG 경영 활동에 힘쓸 것이라면서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 시기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않았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지난해 환경경영시스템 인증과 자발적 온실가스 배출량 검증, 부패방지·준법경영 시스템 인증을 받았으며, 올해는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하는 등 ESG경영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면서 이외에도 "취약계층 대상 기부활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실질적인 ESG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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