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민생 회복 소비쿠폰의 사용처로 식자재마트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가 강하게 반발했다. 소공연은 “이런 결정이 시행된다면 정책의 본래 취지를 훼손할 것”이라며 사용처 확대 논의의 전면 중단을 촉구했다.
◇ 소비쿠폰은 어디에 쓰라는 정책인가
소비쿠폰은 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전 국민에게 1인당 최대 55만 원까지 지급하는 지원금이다. 당초 사용 가능한 곳은 연매출 30억 원 이하 소상공인 매장으로 제한됐다. 전통시장이나 동네마트, 식당, 미용실 등 골목상권 중심 매장에서 소비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 “지방엔 식자재마트밖에 없다”… 확대 논의 배경
지난 6일 국회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지방 중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엔 영세 상점이 많지 않고 실질적인 유통 중심은 식자재마트”라는 지적이 나오며 사용처 확대 필요성이 제기됐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식당 운영자가 손님에게 받은 쿠폰으로 식자재마트에서 재료를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일부 식자재마트까지 사용을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 식자재마트, 어떤 곳인가
식자재마트는 외식업 자영업자가 박스 단위 대용량 식재료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도소매 복합 매장이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도 제한 없이 구매할 수 있으며 일부 매장은 24시간 운영, 무료배송 등 대형마트 수준의 편의성을 갖추고 있다. 최근 식자재마트의 저렴한 가격과 긴 영업시간 등을 이유로 일반 소비자들의 발길도 늘고 있다.

◇ 규모는 이미 대형마트급… 규제는 사각지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3대 식자재마트의 매출은 2014년 3251억 원에서 2023년 1조 680억 원으로 약 3.2배 증가했다. 소공연은 이들 마트가 대형마트 수준의 영업 규모를 갖추고도 유통산업발전법의 영업시간 제한·의무휴업 규제는 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일부 매장에서 면적 쪼개기, 납품업체 갑질 등 불법·편법 영업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 소공연 “정책 수혜 대상이 왜 뒤로 밀리나”
소공연은 8일 입장문을 통해 “쿠폰이 식자재마트로 몰리게 되면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영세 자영업자들이 소외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식자재마트는 법적으로 대형마트도 준대규모점포(SSM)도 아니면서 각종 규제를 비껴나 있어 형평성 문제를 낳고 있다는 주장이다. 소공연은 “식자재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를 피한 사각지대에서 무한 확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지역경제 자본을 흡수하는 ‘유통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소공연은 식자재마트를 사용처로 삼을 게 아니라 규제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가 진정으로 민생 회복을 원한다면 영세 소상공인 대상 실효성 있는 캠페인을 마련하라”고 덧붙였다.
◇ 하나로마트는 허용… 식자재마트는 아직
정부는 현재 마트·슈퍼 등이 부족한 일부 농촌 면 지역에 한해 하나로마트에서의 소비쿠폰 사용을 예외 허용하고 있다. 식자재마트에 대해서는 “추후 검토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식자재마트까지 사용처가 확대될 경우 대형 유통망으로 소비가 쏠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형평성 논란은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소비쿠폰, 누가 얼마나 받나
오는 21일부터 지급되는 1차 소비쿠폰은 국민 1인당 기본 15만 원, 차상위계층과 기초수급자는 최대 40만 원까지 받는다. 22일부터는 건강보험료 기준 국민 90%에게 2차 쿠폰 10만 원씩이 지급된다. 소비쿠폰은 11월 30일까지 사용 가능하며 미사용 잔액은 자동 환수된다. 종이형 상품권의 경우 자동 소멸되지 않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