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에 알레르기가 있는 어린이들에게 위험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 경구 검사를 대신할 혈액 검사법이 개발됐다.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정희 교수 연구팀은 밀 알레르기가 있는 소아의 혈액 내 항체 수치 기준을 새롭게 제시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알레르기·천식 면역 연구’에 게재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진은 2018~2022년 국내 18개 병원에서 진료받은 0~7세 어린이 231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다기관 연구를 진행했다.
특정 식품이 환자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지 진단할 때 흔히 쓰는 경구유발검사는 해당 식품을 환자가 실제로 먹은 뒤 반응을 관찰하는 방식이다.
이 검사는 예상을 넘는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위험이 있고 시간도 오래 걸려 특히 어린 소아에게는 적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밀 알레르기는 주로 밀에 포함된 단백질 성분 때문에 발진과 가려움증, 호흡곤란 등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심한 경우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나타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이 연구는 밀에 알레르기가 있는 소아 환자들에게 혈액 검사만으로 안전하면서도 간편하게 진단이 가능하도록 면역반응 수치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 혈액 내 ‘면역글로불린 E(IgE)’ 수치가 기준치 이상이면 밀 알레르기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어 위험 반응 없이 더 빠르게 진단이 가능해진 것이다.
연구 결과, 밀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다고 진단할 수 있는 IgE 항체 수치는 33.5kU/ℓ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밀 단백질에서 유래한 오메가5 글리아딘이라는 항원의 수치가 3.88kU/ℓ 이상이어도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연구에선 1세 미만 영아의 밀 알레르기 진단 기준도 처음으로 제시했다. 1세 미만의 경우 IgE 항체 수치가 4.03kU/ℓ 이상이면 알레르기가 있는 것으로 기준치가 나왔다.
연구진은 새롭게 제시한 진단 기준을 통해 소아 알레르기 환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정희 교수는 “최초로 1세 미만 영아의 밀 알레르기 진단을 위한 검사 결과를 얻을 수 있었고, 이러한 결과는 밀 알레르기 진단을 용이하게 할 수 있어 그 의의가 크다”며 “앞으로도 환아와 그 가족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연구와 치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