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텍사스주 중부 지역 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7일(현지시간) 100명을 넘긴 가운데 이번 사태가 집권 공화당과 야당 민주당의 정치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이 미 기상청(NWS)의 감원과 인력 부족이 이번 텍사스 인명피해를 키웠는지 진상조사를 요구하자, 공화당은 “시신 수색과 슬픔에 잠긴 가족들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손가락질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모욕적인 행위”라고 반박했다.
커 카운티 당국은 이날 오전 8시 30분 기준으로 캠프 참가 어린이들을 포함해 사망자 75명의 시신이 수습됐다고 밝혔다가 오후에는 확인된 사망자 수가 84명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트래비스와 버넷, 켄달 등 주변 카운티에서도 사망자가 추가로 보고되면서 현재까지 총사망자 수는 104명으로 집계됐다고 CNN NBC 방송 등은 전했다.
이에 더해 아직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미스틱 캠프 참가 어린이 10명을 포함해 수십 명이 실종 상태다.
지난 4일 텍사스주 중부 내륙 산지인 커 카운티에서 샌안토니오 쪽으로 흐르는 과달루페 강 일대에는 짧은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강물이 범람해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미 언론은 이번 강수량과 피해 규모 등이 “100년에 한 번 있을법한” 재난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강물 범람과 급류 위험이 높은 강 상류의 캠핑장과 주거지에 미리 대피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국의 대응실패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지 언론은 피해 지역을 관할하는 미 국립기상청(NWS) 지방 사무소의 인력이 근래 일부 감원됐다고 전했다.
美민주 상원 대표 “기상청 감원이 피해 키웠는지 조사해야”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집권 이후 기상청 등 연방 재난 관련 기구 축소와 예산 감축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게 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민주당에서 제기됐다.
텍사스주를 대표하는 테드 크루즈 연방 상원의원은 홍수 조기 감지·경보 문제에 대한 언론의 지적에 “우리가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대피했을 것이라는 데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며 “특히 가장 취약한 지역에 있는 사람들, 즉 물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어린아이들을 더 높은 지대로 데려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척 슈머 연방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미 상무부에 NWS의 감원과 인력 부족이 이번 텍사스 인명피해를 키웠는지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주당의 이런 지적에 대해 “부도덕하고 비열하다"고 비난하며 "국립기상청은 적시에 홍수 경보를 발령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난에 대한 책임을 자신에게 전가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6일) 베드민스터 골프장을 나서면서 기자들에게 “이것은 100년에 한 번 올 재앙이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끔찍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상청을 포함한 연방 기관을 축소하려는 행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재난이 악화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답변을 회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해서 언급해온 연방재난관리청(FEMA) 단계적 폐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FEMA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할 수 있지만, 지금은 업무에 열중하고 있으니 여기서 마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그는 “이 모든 게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며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말을 멈췄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면서 “사실 바이든이 만들어 놓은 것이지 우리가 그런 것이 아니다. 하지만 바이든을 비난하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NYT는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트럼프는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시에도 당파적 입장을 취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첫 임기 동안 허리케인 마리아로 피해를 입은 푸에르토리코에 지도부의 부패를 이유로 자금을 보내고 싶지 않다고 보좌관들에게 말했다.
2018년 캘리포니아에서 산불이 발생하자 연방기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텍사스를 홍수가 휩쓸고 지나가자 트럼프 행정부가 수세에 몰렸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텍사스의 재난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연재해에 대한 연방 정부의 대응을 조율하는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해체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천명하며 이 기관이 비효율적이고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FEMA는 이미 가장 경험 많은 고위 간부들을 잃었다. FEMA 국장 대행을 맡고 있던 캐머런 해밀턴은 5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FEMA를 감독하는 국토안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텍사스에서 FEMA가 ‘활성화’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파견된 인원과 현장에 어떤 자원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