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내에서 화초를 키우다 보면 이유 없이 시들거나 성장이 더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물도 주고 햇볕도 충분한데 잎이 처진다면, 문제는 ‘영양’일 수 있다. 복잡한 사용법의 시판 비료를 사기 전, 부엌과 음식물 쓰레기통을 먼저 살펴볼 만하다. 평소 버려지던 주방 재료가 실내 식물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음식물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방식이 식물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토양 환경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집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주방 재료 세 가지를 정리했다.
■ 바나나 껍질
바나나 껍질은 식물 생장에 중요한 ‘칼륨’이 풍부한 재료다. 칼륨은 줄기를 튼튼하게 하고 수분 이용 효율을 높이며, 꽃과 열매 형성을 돕는다. 여기에 뿌리 발달을 돕는 인과 소량의 칼슘·마그네슘도 함유돼 있다.
활용 방법으로는 ‘바나나 물’이 대표적이다. 바나나 껍질을 잘게 썰어 물에 담가 2~3일 우린 뒤, 걸러낸 물을 화초에 주면 된다. 보다 직접적인 방법으로는 껍질을 잘게 잘라 흙 표면 아래에 묻는 방식도 있다. 분해 과정에서 영양분이 서서히 토양으로 스며든다. 껍질을 말려 가루로 만들어 흙 위에 뿌리는 방법도 활용된다.
■ 쌀뜨물
쌀을 씻고 남은 뿌연 물에는 전분과 함께 질소·인·칼륨 등 식물 생장에 필요한 미량 무기질이 들어 있다. 이는 시중 비료의 기본 성분(N-P-K)과도 맞닿아 있어, 실내 식물에 부담이 적은 ‘순한 영양수’로 활용할 수 있다. 전분 성분은 토양 속 유익균의 먹이가 돼 토양 구조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쌀을 씻은 뒤 남은 첫 물을 바로 사용하거나, 밥을 지은 뒤 남은 물을 식혀서 사용하면 된다. 단, 반드시 소금이나 양념이 들어가지 않은 쌀물이어야 한다. 염분은 토양에 축적돼 식물에 해를 줄 수 있다. 일반 물주기를 대신해 주 1회 정도 사용하는 것이 적당하다.
■ 커피 찌꺼기
아침에 마신 커피 찌꺼기도 훌륭한 식물 보조 재료가 된다. 사용한 커피 찌꺼기에는 잎과 줄기 생장을 돕는 질소가 풍부하고, 소량의 칼륨과 마그네슘도 포함돼 있다. 또한 약산성 성질을 띠어 고사리류, 아프리칸 바이올렛, 칼라데아 등 산성을 선호하는 식물에 특히 적합하다.
사용 시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마른 커피 찌꺼기를 화분 흙 상단에 얇게 섞어주는 정도가 적당하다. 과도하게 사용하면 흙이 굳어 배수가 나빠질 수 있다. 물에 커피 찌꺼기를 우려 ‘커피 물’로 만들어 사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 경우 영양분이 고르게 퍼지고 토양 압착을 줄일 수 있다.
■ 핵심은 ‘적당히, 천천히’
이들 주방 재료는 강한 비료가 아니라 보조적인 영양 공급원이다. 즉각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보다는, 잎 색이 선명해지고 줄기가 단단해지는 등 서서히 나타나는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에 여러 방법을 쓰기보다 하나씩 시도하며 식물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은 실천이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면서 식물 건강도 챙길 방법이다. 화분 옆에 놓인 해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