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멕시코와 브라질이 자국 경제의 대미·대중 의존도를 벗어나기 위해 양국 간 무역협력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양국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1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멕시코와 브라질은 기존 무역협정을 심화하기 위한 사전 협의에 돌입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후, 양국 외교 당국 간 비공식 대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양측은 이를 바탕으로 공식 협상 틀을 마련하고 있다.
셰인바움 대통령과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그동안 네 차례에 걸쳐 회담을 진행했고, 양국 경제협력 확대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달 초 "멕시코가 브라질에 공급할 수 있는 것이 있고, 반대로 브라질이 멕시코에 공급할 수 있는 분야도 있다. 무역합의뿐 아니라 투자 측면에서도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브라질 통상차관이 오는 8월 멕시코시티를 방문해 보다 구체적인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양국은 규모 면에서 라틴아메리카 최대 국가들이지만, 과거에는 역내 주도권 경쟁과 경제 개방도 차이, 멕시코의 대미 무역 의존도 등으로 관계가 다소 거리를 둬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정책, 그리고 최근 라틴아메리카 좌파 정권 간 이념적 공감대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번을 계기로 협력이 강화되는 분위기다.
한 외교 소식통은 "양국 모두 큰 의지가 있다. 정치·이념적으로도 상당한 친화력이 있기 때문에 대화가 다양한 수준에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남미 역내 무역 비중은 전체 교역의 14%에 불과해, 협력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룰라 대통령은 역내 무역·인프라 연계를 강화해 공동 번영을 꾀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강조해왔다.
현재 멕시코·브라질 양국은 2000년대 초반 맺은 무역협정을 통해 800여 개 품목의 관세를 인하하거나 면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양국 간 교역액은 136억달러에 그쳤다. 이는 미국-멕시코 간 8400억달러, 브라질-중국 간 1618억달러 규모와 비교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캐나다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인 USMCA 재협상을 앞두고 있는 멕시코는 항공우주·제약 분야에서 브라질의 투자를 유치하고 옥수수 등 곡물 수입의 미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브라질과의 협력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 역시 멕시코로의 수출 확대를 위해 산업·농업계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양국 모두 최대 무역 상대국인 미국과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정부 관리는 "양측이 현재로서는 기존 협정을 확대해 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할지, 아니면 투자보호협정을 포함해 완전한 자유무역협정으로 나아갈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관계자 두 명은 멕시코와 남미 메르코수르 관세 블록 간의 자동차 부문 협정도 양자 협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멕시코는 USMCA 재협상, 브라질은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 상황 등으로 협상 여력이 제한돼 있어, 기존 협정의 업그레이드가 현실적 대안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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