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오요안나와 김대호, MBC가 ‘정론’의 대명사가 되려면

2025-02-03

방송사는 줄잡아 수천 명의 근로자가 거의 24시간을 돌아가는 TV 편성표를 채우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곳이다. 근로자들은 공개채용을 통해 입사한 정규직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방송은 실제로 주요 스태프와 작가들이 계약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의 역할 역시 방송의 핵심이며 이들 역시 직원으로 속해있다.

하지만 최근 MBC에서 보여주는 몇 개의 사례는 과연 ‘정론’을 추구하고, 그곳으로 방향성을 잡는 방송사인지 의문을 품게 한다. 결은 다르지만, 그 안에서 드러나는 조직문화는 비슷하다. 기상 캐스터 故 오요안나의 사례와 김대호 아나운서의 사례다.

故 오요안나의 사건은 지금 방송가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고인은 지난해 12월 처음 사망과 관련한 소식이 나왔고, 최근 유서가 공개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일고 있다.

오요안나의 입사 이후 MBC 보도국 기상과학팀 프리랜서 기상 캐스터 사이에서 알력이 있었으며, 실제 다양한 형태로 고인이 압박을 받을만한 정황이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유족이 지칭한 실제 기상 캐스터들은 대중의 비난을 받으면서 각종 출연 프로그램에서 하차 여론이 이는 중이다.

김대호 아나운서의 퇴사 역시도 화제였다. 2011년 MBC의 아나운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김대호 아나운서는 지난주 방송된 MBC 예능 ‘나 혼자 산다’를 통해 퇴사 의사를 밝혔다. 이미 회사에 퇴사 의사를 전했으며,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물론 인기가 있는 아나운서가 프리랜서 선언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김 아나운서의 퇴사는 유난히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가 최근 MBC 프로그램을 통해 ‘혹사’ 수준으로 여겨질 정도의 일정을 소화 중이었기 때문이다. 김대호 아나운서는 ‘나 혼자 산다’ ‘구해줘 홈즈’ ‘푹쉬면 다행이야’ 등 고정 예능에 지난해 하반기에는 ‘마사지로드’ ‘대장이 반찬’에 출연했고, 각종 내레이션과 뉴스, ‘오늘 저녁’ 등 교양 프로그램에도 등장했다.

어쩌면 전혀 다른 소식이라고 보일 수 있는 두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MBC 직원인 당사자가 계속,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처지에 대한 신호를 보냈다는 점이다. 故 오요안나는 유서를 통해 생전 4명의 MBC 관계자에게 상황을 전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인의 유서에는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상황을 헤아려주지 않는 회사에 대한 서운함이 녹아있다.

김대호 아나운서 역시 군말 없이 일정을 따르고 있었지만, ‘라디오스타’ 등의 예능을 통해 반 농담으로 스케줄에 대해 회사에 건의하고 싶다는 의사를 여럿 밝혔다. 하지만 오히려 일정은 늘었고, 지난해 여름에는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캐스터 업무가 추가됐다. 물론 늘어난 인기도 있지만, 김대호 아나운서의 퇴사에는 많은 업무를 가볍게 해주지 못했던 MBC 조직문화의 경직성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퇴사’라는 탈출구라도 있었던 김대호 아나운서에 반해 故 오요안나에게는 그것마저도 허락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인의 사고가 생기고, 의혹이 나오자 MBC의 입장은 “진정이 있으면 조사를 하겠다”는 등 수동적인 형태로 일관됐다. 그리고 차후 입장문에서는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고 해 논란을 키웠다.

언론사의 내부 문제에 대한 언론사의 시각은 그 회사의 보도를 보면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다. MBC가 사외 다른 기업이나 국가기관 등에서 이러한 사건이 생겼다면 이렇게 보도했을까. 그 기관이 “‘흔들기’를 준동하는 세력”이라며 MBC를 지칭했다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결국 이 두 개의 사례는 MBC가 사외와 사내의 문제를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이 녹아있다. 정론을 지향하는 언론사를 보는 입장에서 이 같은 사안은 대중의 실망감을 자아낼 수 있다. 모든 내부직원들의 고충 역시 사외를 보는 날카로운 시각과 같이 다뤄져야 한다. 그 균형이 결국 언론사의 신뢰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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