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영기 기자) "장사도 어려운데 임대인이 ‘화해조서 썼으니 기한 맞춰 무조건 비워라’며 매일 압박합니다. 제소전 화해를 했으니 제가 계약갱신요구권을 완전히 잃은 건가요?” 5년째 상가를 지키는 A씨의 절박한 호소 내용이다.
상가 임대차 종료 분쟁을 미연에 봉합하려고 제소전 화해 신청까지 진행하는 임대인이 늘고 있다.
그러나 제소전 화해 조서 한 장으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까지 사라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2022년 선고)이 이미 존재한다.
엄정숙 변호사는 “제소전 화해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더라도, 당사자가 문제 삼지 않은 권리는 그대로 살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법원 2022년 1월 27일 선고 2019다299058 판결을 예로 들었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임대차기간 만료 시 보증금 반환과 동시에 점포를 인도한다’는 제소전 화해 조서를 작성했으나, 임차인은 만료 전에 계약갱신을 요구했다.
법원은 화해조서에 ‘갱신요구권 포기’ 문구가 없다는 이유로 “임차인은 여전히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엄 변호사는 “제소전 화해 비용을 들여 확정판결 효과를 얻더라도, 조서에 권리 포기 조항이 없다면 임차인은 법이 보장한 10년 한도의 계약갱신요구권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대인의 구두 요구만 보고 서둘러 점포를 비워서는 안 되며, 작성된 제소전화해 조서를 면밀히 확인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차임 3기 이상 연체가 없고 철거·재건축 사유가 없는 한 전체 임대차기간 10년 범위에서 같은 조건으로 영업할 권리를 보장한다.
엄 변호사는 “화해조서는 문구 그대로 해석된다. 인도 기한·차임 조정·제소전화해 신청 비용 등 핵심 쟁점을 빠짐없이 담아야 추후 분쟁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제소전 화해는 만능 열쇠가 아니다. 임대차 종료 뒤 상가를 비워야 하는지, 계속 사용할 수 있는지는 조서 한 줄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다.
엄정숙 변호사는 “분쟁 예방을 위해서는 작성 단계에서 전문 변호사의 검토를 받고 권리·의무 관계를 꼼꼼히 명시해야 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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