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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돌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한 달을 맞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은 이런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새 황금기를 열겠다는 공약을 실천하며 이미 대부분의 대통령들이 임기 동안 이룬 것보다 더 많은 업적을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이 보도자료에서 ‘취임 한 달 만에 이룬 승리의 리스트’라며 열거한 것들에는 ▶불법 이민·펜타닐 유입 방지를 위한 멕시코·캐나다의 국경 단속 인력 투입 ▶출생 시민권 부여 중단 ▶국경 장벽 건설 재개 등 국경 및 이민 정책 강화 조치와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관세 25% 부과 방침 ▶상호 관세 부과 방침 ▶인공지능(AI) 인프라 프로젝트 5000억 달러 투자 계획 등 경제·통상 정책들이 총망라됐다. ‘거대 전자기업 삼성과 LG의 멕시코 공장 미국 이전 고려’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러시아 등에 억류된 인질 11명 석방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 ▶이스라엘·일본·요르단·인도 등 해외 지도자와의 정상 회담 ▶성전환자 입대 금지 및 여성 스포츠 참여 금지 ▶연방정부 근로자 재택근무 폐지 등 조치를 한 달 동안 이룬 성과물로 홍보했다.
트럼프 지지율 긍정·부정 ‘반반’
트럼프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는 긍정률과 부정률이 조사 기관마다 다른데 대체로 찬성과 반대가 반반씩 나뉘는 양상이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에 의뢰해 16~18일 미 성인 14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50%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45%보다 5%포인트 높았다.
반면 부정평가가 더 많이 나온 조사도 있다. CNN이 13~17일 미 성인 12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긍정평가 비율은 47%로 부정평가 비율(52%)이 5%포인트 더 높았다. 워싱턴포스트(WP)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13~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최근 한 달간 국정운영에 대해 ‘지지한다’는 비율(43%)보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48%)이 5%포인트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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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파’ FBI 국장까지 19명 인준 통과
트럼프 2기 내각 각료의 상원 인준은 적잖은 난항이 있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다르게 현재까지 인사청문회 대상자 모두 인준안을 통과했다. 강경보수 성향의 ‘트럼프 충성파’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 지명자가 20일 연방 상원에서 인준됨에 따라 미 의회에서 인준된 트럼프 2기 행정부 각료는 모두 19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내각 회의가 오는 26일 백악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0일까지 19명이 통과된) 각료급 후보자 인준은 2009년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보다 많고 2021년 당시 조 바이든 행정부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라고 말했다.
‘트럼프 한 달’에 WP “전례 없이 독단적”
하지만 미 주류 언론 상당수의 평가는 ‘트럼프 한 달’에 비판적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 250년 역사상 전례 없을 만큼 독단적으로 행정부를 통치하겠다는 신념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평했다. 텍사스대(오스틴) 역사학 교수로 앤드류 잭슨, 프랭클린 루스벨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전기를 집필한 H W브랜즈 교수는 “트럼프는 대통령직을 기업 CEO 자리처럼 만들려고 한다”고 WP에 말했다.
특히 여당인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인데도 의회 입법 대신 대통령 행정명령을 전가의 보도처럼 남용하고 있다는 게 브랜즈 교수의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까지 서명한 행정명령 건수는 모두 73개다. 레빗 대변인은 “같은 기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서명한 수의 2배 이상,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서명한 수의 4배 이상”이라며 “이런 행정명령들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상식을 회복하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브랜즈 교수는 “이전 대통령들은 의회가 원하는 것이 아니면 행정명령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다”며 “트럼프는 의회의 존재를 본질적으로 무시하는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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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1기와 완전히 달라”
‘트럼프 집권 2기 한 달’이 트럼프 1기와 비교할 때 속도전 등에서 확연히 대비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 분석가 크레이그 아그라노프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처음 취임한) 8년 전 그는 외부인으로 워싱턴에 입성했지만 이번에는 시스템 작동방식에 대한 명확한 이해, 의제 추진에 대한 단호한 접근 방식을 장착한 상태에서 컴백했다”고 평했다.
로버트 콜린스 딜라드대 교수 역시 “트럼프 2.0은 트럼프 1.0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트럼프 2.0은 빠르게 움직이고 뭔가를 깨뜨려 나가는 게 핵심”이라고 짚었다. 콜린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속도전 배경에 대해 “대중 여론이 불리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면 내년 11월 중간선거 걱정으로 공화당 의원들을 잃을 거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