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세이브왕 레이스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2003년 이후 출생한 '젊은 소방수' 트리오가 KBO리그 대표 마무리투수 자리를 놓고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했다. KT 위즈 박영현(22), 한화 이글스 김서현(21), 두산 베어스 김택연(20) 얘기다.
이들은 나란히 지난 시즌 구원왕 정해영(KIA 타이거즈)에게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정해영도 24세로 젊은 편인데, 이들 셋은 모두 20대 초반에다 프로 4년 차 이하다. 지난해 11월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프리미어12에 출전해 막강한 국가대표 불펜진을 이루기도 했다.


박영현은 경험과 안정감 면에서 선두주자다. 16일 광주 KIA전에서 3-0 승리를 지켜내면서 올 시즌 7세이브로 단독 1위에 올라 있다. 2022년 KT의 마지막 1차 지명 선수로 입단한 뒤 첫 시즌부터 팀을 대표하는 불펜 투수로 자리잡았다. 2023년 역대 최연소 홀드왕(32개)에 올랐고, 지난해 처음 마무리투수를 맡아 25세이브를 올렸다. 구원승으로만 10승(2패) 고지를 밟으면서 승률왕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박영현은 내로라하는 '강심장'이다.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과 프리미어12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뽐냈다. 차세대 국가대표 소방수 1순위 후보로 꼽힌다. 올해는 데뷔 첫 구원왕을 목표로 시즌 초반부터 앞으로 달려나갔다. 지난 6일 SSG 랜더스전에서 블론세이브(3분의 1이닝 1실점)를 하며 주춤했지만, 그 후 4경기에서 연속 세이브를 따내며 곧바로 회복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안 쓸 수가 없는 투수"라며 자랑스러워했다.

김서현은 처음 마무리투수를 경험하는 후발 주자다.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했다가 지난달 말 주현상에게 소방수 자리를 넘겨받았다. 15일까지 나선 7경기 평균자책점은 0.00. 9와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삼진 8개를 잡고 볼넷은 2개만 내줬다. 장타도 2루타를 하나 내준 게 전부다.
시속 150㎞대 후반 강속구가 주 무기인 김서현은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은 특급 유망주다. 입단 직후에는 고질적인 제구 불안으로 프로 무대 적응에 애를 먹었다. 지난 시즌 37경기에서 10홀드(1승 2패, 평균자책점 3.76)를 기록하며 반등을 시작했다.
3년 차가 된 올해는 마침내 '천직'을 찾은 모양새다. 소방수 전환 후 4세이브를 올렸는데, 이중 1점 차 세이브가 3경기나 된다. 김서현은 "세이브 상황에서 아직은 흔들리지 않고 잘 지켜내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 뿌듯하고 자신감이 더 생긴다"며 "마운드에서 볼넷을 내주더라도 자신 있게 공을 던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인왕 김택연은 올해 마무리 투수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지난해 5월 소방수로 전격 발탁된 뒤 19세이브를 쌓아올려 역대 고졸신인 한 시즌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처음으로 풀타임 소방수를 맡은 올해도 '2년 차 징크스' 없이 더 큰 위력을 뽐내고 있다. 15일까지 7경기에서 9이닝을 소화하면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탈삼진은 9개나 되는데 볼넷은 2개뿐이고, 피안타 2개는 모두 단타였다.
김택연은 지난해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팀을 가을야구로 이끈 일등공신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는 신인왕을 넘어 역대 최연소 구원왕까지 노려볼 만한 기세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성장 속도가 정말 빠르다. 지난 시즌에도 그랬는데, 올해는 더 놀라고 있다"고 대견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