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설립 10년, 세계적 감염병 대응 허브 도약 꿈꾼다

2025-06-12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가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개소 이후 연구소는 국내외 다양한 감염병 위기 속 국가 방역 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며 과학 기반의 대응 역량을 축적해 왔다. 특히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생물안전 3등급(BL3 및 ABL3) 연구시설을 갖춘 점은 이곳이 단순한 학문 연구기관을 넘어 실질적인 방역의 최전선에 있는 연구 거점임을 보여준다. 지금 우리는 이 10년간의 성과를 돌아보고, 다음 10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에 서 있다. 

 21세기 들어 메르스(MERS),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COVID-19까지, 인류는 감염병의 위협 속에서 살아왔다. 이러한 질병의 공통점은 바로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점이다. 동물에서 발생한 병원체가 인간에게 전파되는 구조는 인간-동물-환경이 하나의 생명공동체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복잡한 전염 구조를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해 최근 학계와 국제기구들은 ‘원헬스(One Health)’라는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는 국내에서 이 원헬스 개념을 가장 앞서 실현해온 기관 중 하나다. 특히 수의대와 긴밀한 협업으로 감염병 발생과 전파 경로를 사람과 동물 양측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해왔다. 

 연구소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고위험 병원체를 다룰 수 있는 BL3 및 ABL3 시설을 바탕으로 고병원성 AI, 브루셀라, COVID-19 등 고위험 병원체에 대한 실험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단순한 이론 연구에 그치지 않고, 방역 현장에서 직접 활용 가능한 진단기술, 백신 후보물질, 병원체 분석 결과 등을 지속적으로 도출해왔다. 특히 이 같은 연구성과는 학술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농림축산검역본부, 질병관리청 등 정부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실제 감염병 대응 지침이나 정책 수립에 과학적 근거를 제공함으로써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앞으로 연구소가 제2의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다학제 융합 연구’가 필수적이다. 감염병은 이제 특정 전공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복합 문제다. 수의학과 의학은 물론, 바이오정보학, 데이터과학, 환경과학, 사회학, 정책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와의 협력이 절실하다. 예컨대 AI를 활용한 병원체 예측 모델, IoT 기반의 농장 감시 시스템, 생태계와 병원체 순환 구조를 분석하는 연구는 모두 이러한 융합 연구에서 출발한다. 연구소는 이러한 다학제 접근을 제도화하고, 학문 간 장벽을 허무는 연구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야한다. 

 또한 국제 공동연구와 글로벌 감염병 네트워크와의 연계도 필수다. WHO, FAO, OIE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세계적인 감염병 정보 공유 및 대응체계 구축에 적극 참여하고, 미국, 유럽, 아시아의 선진 연구기관들과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수준의 연구성과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전북대 연구소가 단순히 국내 기관에 머무르지 않고, 아시아 감염병 대응 허브로 도약하는 데 있어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기술의 실용화와 산업화 역시 중요한 방향이다. 이미 연구소는 국가 대형 연구과제 유치, 기술이전, 바이오 벤처기업의 입주 유도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앞으로 백신 및 치료제 개발, 방역 기술 고도화, 생물자원 기반 진단 기술 등 실질적이고 시장 지향적인 연구 성과 창출에 집중해야 하며, 이는 지역 바이오산업의 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기술의 상용화는 전북을 중심으로 한 ‘감염병 대응 산업클러스터’ 조성으로 확장될 수 있으며, 지역 경제와도 긴밀히 연계될 수 있다. 

 이러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국책연구기관으로서의 위상에 걸맞은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 현재 연구소의 예산 체계는 글로벌 연구소로 도약하기 위한 연구 인력 확보, 장비 고도화, 국제협력 확대에 있어 구조적 한계가 있다. 국가는 감염병 위기관리 전략 수립에 이 연구소를 싱크탱크로 활용하고, 이에 걸맞은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지난 10년,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는 COVID-19와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해왔다. 앞으로의 10년은 이를 바탕으로 국제 사회의 감염병 대응 거점으로 성장하는 시기가 돼야 한다. BL3 및 ABL3 시설을 활용한 연구 인프라 고도화, 융합연구 및 산업 연계,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는 그 핵심이 될 것이다. 지금이 연구소가 세계 보건안보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김종훈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장

저작권자 © 전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