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은 내가 굴린다?"…연금 DC 방식, 왜 '독이 든 성배'라 표현했을까

2025-07-16

국민연금 재정이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대안으로 거론된 '확정기여(DC)' 방식이 정작 한국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는 국책기관의 강력한 경고가 나왔다.

16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연구원은 '국민연금의 확정기여방식 전환 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통해 연금 민영화를 추진했던 국가들의 경험을 심층 분석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국가가 일정한 연금 수령액을 보장하는 '확정급여(DB)' 방식이다. 반면 DC 방식은 개인이 낸 보험료와 투자 수익률에 따라 연금액이 달라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DC 방식은 개인의 선택권을 넓히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주목받지만 실제로 도입한 국가들에서는 노후 보장 실패와 사회적 비용 증가라는 부작용이 잇따랐다.

1980년대 칠레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헝가리 등이 DC 방식으로 전환했지만 이들은 기존 연금 수급자에게는 계속 연금을 지급하면서 신규 가입자의 보험료는 개인 계좌에 쌓는 구조 탓에 '전환 비용' 문제에 직면했다. 국가 재정에 국내총생산(GDP)의 4% 이상 부담이 발생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DC 방식은 금융위기 등 시장 충격에 취약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금 자산 가치가 폭락하면서 많은 은퇴 예정자가 빈곤에 내몰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이들 국가는 DC를 포기하고 다시 국가 책임을 강화한 공적연금 제도로 회귀했다.

절충안으로 꼽히는 '명목확정기여(NDC)' 방식을 도입한 스웨덴 사례도 문제가 있었다. NDC는 연금액이 국가 재정 상황에 따라 자동 조정돼 재정 안정에는 기여했지만 그 대가로 연금의 적정성이 크게 훼손됐다. 기대 수명이 늘수록 연금액이 줄어드는 구조 탓에 스웨덴의 연금 소득대체율은 2022년 30.8%에서 2070년 25.5%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세계 최저 출산율과 가장 빠른 고령화를 겪는 한국이 DC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그 충격은 해외 사례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DC 방식으로의 전환 비용을 약 2727조 원으로 추산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은 "국민연금 개혁은 현행 DB 방식의 틀을 유지하면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 중심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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