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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공격적인 관세정책에서 촉발된 무역 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은 당초 전망에 비해서도 0.4%포인트(P)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와 내년 모두 1.5%에 못미치는 성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향후 미국 관세 정책의 전개 양상이 불확실해지는 만큼 조선, 원자력, 인공지능(AI) 등 국내 주력 산업 중심의 주도적 산업 정책이 요구된다.
한국은행은 25일 금융통화위원회에 이어 공개한 2월 경제전망보고서에서 한국 GDP 성장률에 대한 비관적 시나리오를 이처럼 제시했다. 미국과 여타국가가 상호 보복을 이어가며 통상 갈등이 격화될 경우 올해 우리 성장률은 기본전망(1.5%) 대비 0.1%P 하락하고, 내년에는 0.4%P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대로 무역갈등이 조기 완화되는 경우 우리 경제 성장률은 기존 전망 대비 올해 0.1%P, 내년 0.3%P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1.9%에서 1.5%로 하향 조정하면서 올해 중 미국이 중국에 대해 현재 수준의 관세를 유지하고, 주요 무역적자국에 대해서는 중국보다 낮은 수준 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EU,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이 미국에 저강도 보복관세로 대응하고 미국은 추가 보복을 하지 않는 상황을 상정했다.
하지만 미국이 올해 말까지 중국을 포함한 무역적자국에 관세를 점차 높여 부과한 뒤 내년까지 이를 유지하는 동시에 주요국가가 고강도의 보복관세를 제기한다면 세계 경제 역시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될 것이란 가정이다. 이러한 비관적 시나리오를 따를 경우 세계 경제 성장률은 기본 시나리오 대비 올해 0.1%P, 내년 0.4%P 하락하는 동시에 미국 성장률 역시 올해 0.4%P, 0.8%P 각각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관세인상은 주요 교역 상대국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여타 국가에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일으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조선, 원자력, AI 등의 산업에서 한·미간 기술협력을 강화해 시장을 공동 개척해 상호 이익을 증진할 수 있는 사업기회를 제시하는 등 보다 적극적 접근도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