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김경문-김태형, 9년만의 1~3위 쟁탈전…유니폼도 작전명도 달라졌다

2025-08-10

그때는 그 누구도 올해 여름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2016시즌 통합우승 팀은 김태형 감독이 지휘하던 두산이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이자 정규시즌 2위 팀은 김경문 감독이 이끌던 NC였다. 그리고 정규시즌 3위로 시즌을 마친 곳이 염경엽 감독이 사령탑이던 넥센 히어로즈였다.

말하자면 그해 정규시즌 ‘금은동’ 시상대에 올랐던 3인 사령탑이 9년만에 각각 다른 유니폼을 입고 상위 세 자리에서 가을야구 티켓을 다투고 있다.

9년의 세월이 그냥 흘러간 건 아니다. 당시 40대 후반이던 김태형 감독과 염경엽 감독은 50대를 보내며 KBO리그 현장 지도자 가운데서도 베테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그해 우승을 포함해 두산에서만 한국시리즈 3차례 정상을 맛봤고, 염경엽 감독은 2023년 LG 사령탑으로 구단과 본인의 우승 갈증을 함께 풀었다. 김경문 감독은 60대 백전노장 사령탑으로 돌아와 그라운드의 큰 나무로 전체 리그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등 지도자로 여러 족적을 남긴 김경문 감독은 KBO리그 우승을 화두로는 ‘도전자’로 전장 한복판에 있다.

사실, 세 감독의 승부는 2016년의 재판 같지만 구도는 완전히 달라져 있다. 2016년 ‘판타스틱4’로 통한 4인 선발 합작 70승에 타선과 수비 전략에서도 빈틈이 없던 두산을 이끌던 김태형 감독은 올해는 세 팀 중 가장 평가가 낮았던 ‘언더독’ 롯데를 이끌며 3위로 두 팀을 쫓고 있다.

박병호 강정호 등 거포들을 모두 미국으로 보내고 2016년 ‘뛰는 야구’와 ‘작전 야구’로 승부를 걸었던 염경엽 감독은 지난해까지는 비슷한 색깔을 내왔지만 올해 들어서는 시스템과 안정감에 무게를 두고 장기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6년 히어로즈 사령탑 때와 비교하면 쓸 수 있는 카드를 많이 확보하고 구축해놓은 덕분이기도 하다. LG는 한화와의 2강 싸움에서도 일면 경험과 뎁스에서 살짝 우위를 보이며 추월에 성공했다. 이같은 질문에 염경엽은 “선수에 따라 전략 전술도 바뀐다”는 얘기를 종종 한다.

김경문 감독은 2015년 팀승률 0.596에 이어 2016년에는 승률 0.589로 순항했지만 2년 연속 정규시즌 2위에 머물렀다. 올해 한화는 그해 NC와 비교하면 마운드가 강하다. 반면 당시 NC 주력이던 테임즈, 박석민, 나성범, 이호준 등 거포 타선에는 모자람이 있다. 김경문 감독에겐 그해 모든 전력에서 압도적이던 두산이 존재했던 것이 어쩌면 불운이었다.

올해는 넘지 못할 전력의 팀은 없다. 1,2위가 9게임차가 나고, 1,3위가 16게임차로 벌어졌던 2016년과는 달리 올해 1~3위는 간격이 좁다. 아울러 2016년 NC 에이스로 13승을 했던 해커와 비교해 올해 한화 에이스로 벌써 14승을 거둔 폰세의 리그 지배력은 선명히 우위에 있다.

세 감독 모두 올해 구도에서도 승부를 걸 만하다는 계산과 도전 의지를 최근 구단을 통해 드러내기도 했다. LG와 롯데는 만족도는 떨어졌지만 막상 교체를 선택하기에는 또 미련도 남을 만했던 기존 외인투수와 과감히 작별하고 새 외인투수 톨허스트와 벨라스케즈를 영입했다. 한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밀리는 선발진의 키를 맞추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한화는 LG에 비해 아쉬움이 있던 타선에 검증 가능한 카드를 가세시키기 위해 베테랑 외야수 손아섭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한화 또한 모험 대신 안전 운영으로 변수를 줄이는 방식이 아닌 가능한 모든 전력을 끌어쓰는 방향성을 드러냈다.

산전수전 다 겪은 3인 사령탑의 리턴 매치가 본격화하고 있다. 깊은 물 속은 수면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다. 경험 많은 사령탑은 장면 하나하나를 풀어가는 깊이가 다르다. 야구를 깊게 보는 팬이라면 우연과 필연을 오가는 세 감독의 농익은 수싸움이 실루엣 너머로 보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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