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과잉의 위험

2025-03-06

신념은 삶을 성공으로 이끄는 힘이 된다. 그런 신념의 위험성을 경고한 인물이 있다. 신념은 감옥이란다. 강한 신념은 거짓보다 더 위험한 진리의 적이라 망치로 쳐부숴야 한다니. 니체는 의심할 여지없이 진리로 믿는 것을 파괴할 자유를 존중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프랑스 국가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로 낮췄다. 오늘날 프랑스의 토론에 실용주의는 없다. 이념만 있을 뿐이다. 모든 논의는 현실과 단절된 채 가치와 극단으로 통한다. 무디스는 정치적으로 분열된 환경에서 차기 정부의 위험을 경고했다. 국가 부채가 심각한데 재정 적자 줄일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이념 우선으로 선심성 공약에 열심인 정부에 경고장을 날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한 후 개최한 첫 각료 회의. 정부효율부의 수장인 일론 머스크는 미국이 연방 적자를 줄이지 않으면 파산한다고 했다. 머스크를 지지하는 대통령의 말에 각료들은 박수로 반응했다. 실용은 지나치면 효율 만능이란 비난을 받기도 한다.

미국과 중국을 세계 부국으로 만든 게 실용주의 사상이다. 한국판 실용주의를 생각하면 다산 정약용이 떠오른다. 그는 경학(유교 경전)으로 확실한 철학과 가치관을 세워 역사의식을 지니고 실용주의를 채택해야 경제학의 원리가 만민과 만물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한국 사회도 이념, 지역, 성별, 세대, 빈부 격차 등 갈등이 엉켜 양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실사구시 차원에서 동맹국과 원만히 소통하고 협상하는 것은 물론 사회 내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저소득층의 분수효과든 대기업의 낙수효과든 다 괜찮다. 실현되기만 한다면. 저성장으로 신음하는 한국사회에 성장의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게 실용주의의 목표여야 한다. 이념 과잉으로 극단으로 치달으면 기다리는 건 국력의 추락 뿐이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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