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의 자격 / 윤여준 · 한윤형 / MG채널 / 569쪽 / 2만 3000원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30분 현직 대통령 윤석열의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에 한국 정치는 파국을 맞았다. 걷잡을 수 없는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 코로나19의 여파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국가 경제는 위기에 몰렸고 민생경제는 파탄을 맞았다. 국가의 최고 컨트롤 타워인 현직 대통령이 계엄과 내란의 주범으로 몰린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펼쳐지면서 과연 그가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쏟아졌다.
전 환경부장관이자 정당 활동을 통해 지난 20여년 간 정치활동을 한 저자 윤여준은 2011년 '대통령의 자격'을 펴내 역대 대통령들에 대해 논평했다. 책은 ‘스테이트크래프트’(Statecraft, ‘통치역량’ 혹은 ‘치국경륜’)란 개념틀을 차용해 동서양의 제왕학 및 통치학 지식이 논의를 풍부하게 한다.
그 후 3번의 대선을 치른 현재 개정증보판이 출간됐다. 여기서 저자는 이명박 정권 이후 국정 14년의 공과를 추가 진단한다. 한국이 ‘중진국의 덫’을 벗고 선진국에 진입한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정치사회적인 측면의 위기는 과거보다 절박하다. 특히 사회·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정치가 고유의 기능을 상실하고, 외려 국민경제의 걸림돌로 기능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평가한다.
책은 3부로 구성된다. 1부는 동서양의 역사적 담론을 통해 추적한 ‘스테이트크래프트’의 개념, 2부는 역대 대통령의 스테이트크래프트 평가, 3부는 저자가 생각하는 대통령 자격의 주된 내용이다. 개정증보판은 2011년작의 이명박 대통령의 스테이트크래프트 평가를 수정·보완했다.
여기에 박근혜·문재인·윤석열 대통령 평가를 새롭게 추가했다. 3부에서도 2011년작을 펴낸 이후 저자의 관련 강연 내용 및 후속 연구·논평한 바를 추가했다. 2011년작이 단독 저술이라면 개정증보판은 공저로 표기한다. 공저자는 작가 한윤형이다. 개정증보판에 추가한 내용은 한윤형이 인터뷰하고 초고를 작성해 윤여준이 검토하고 수정했다.
‘정치적 내전’이 심화되다 못해 ‘물리적 내전’까지 우려되는 시대다. 모두가 현행 헌법이 한계에 달했다고 하고 심지어 대통령제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은 개헌 없이 새로운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 시점이야말로 ‘대통령의 자격’ 논의가 절실하다.
좌우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 상황이다보니 저자의 주장에 모두가 동의할 수는 없다. 특히 저자가 보수 정권에서 국무위원과 정당 활동을 해온 보수 원로로서 진보 진영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진보 지지자들과는 완전히 다른 결일 수 있다. 또 우경화된 보수 지지자들 입장에서 저자의 주장은 매우 진보적인 관점으로 비췰 수 있어서 동의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 탄핵과 그에 따른 정권교체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 정치사에 이런 비극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유권자로서 국민은 '대통령의 자격'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최종적으로 국민이 더욱 성숙해지길 촉구한다.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대통령의 자격을 따지지 않고 선거를 치른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왔고 그 댓가는 혹독하고 고통스러웠다. 민주사회에서는 이들 정치인 역시 국민들 가운데서 국민들의 선택에 의해 출현한다는 점에서 모든 문제는 국민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제대로 된 스테이트크래프트를 갖춘 인물과 세력이 국민적 선택을 받음으로써 새 역사를 창조하는 전기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 경기신문 = 우경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