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JOB 탐구생활

“진상 손님요? 없다면 거짓말이죠. 과거에는 담배 문제로 내장객과 얼굴 붉힐 일이 많았어요. 하루는 담배를 들고 그린으로 올라가려는 분이 있어서 제지하려다가 욕까지 먹었다니까요. 그래서 그 다음 어떻게 됐냐고요?”
골프라는 스포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디는 플레이어들과 라운드를 함께하는 숨은 조력자다. 평균 4~5시간 동안 18개 홀을 같이 돌면서 내장객들이 원활하게 골프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카트 운전부터 코스 설명, 공략지점 안내, 타구 낙하지점 확인, 클럽 전달, 스코어 기재까지 말 그대로 일당백 업무를 맡는다.
과거엔 캐디 없는 골프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캐디가 골프의 필수요소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최근 들어 바뀌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지난해 발간한 ‘레저백서 2024’를 통해 달라지는 골프 산업의 양태를 짚었다. 바로 노캐디 혹은 마샬캐디, 로봇카트로 일컬어지는 ‘캐디선택제’ 골프장의 확대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지난해 5월 기준으로 캐디선택제를 도입한 골프장이 5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숫자로 보면 변화의 폭이 더욱 확실하게 체감된다. 전국 560개소 골프장 가운데 40.5%인 227곳이 캐디선택제를 활용하고 있다. 10개소 중 최소 4곳에선 내장객이 캐디 없이 라운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바뀐 흐름의 배경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바로 캐디피 증가와 캐디 구인난이다. 코로나19 이후 골프 인구가 급증하면서 캐디피도 덩달아 올라 노캐디를 선호하는 내장객이 많아졌다. 또 신설 골프장이 계속 생겨나는 것과 달리 캐디 인력은 한정적이라 지방 골프장에서 캐디를 수급하기가 어려워지자 울며 겨자 먹기로 노캐디를 도입하는 곳이 늘어났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골프 산업 속에서 20년 가까이 캐디로 일하고 있는 정문숙(44)씨를 최근 경기도 파주시 소재의 서원밸리 컨트리클럽에서 만났다. 2006년 김포 컨트리클럽에서 처음 캐디로 나선 뒤 여러 골프장을 거쳐 2018년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정씨는 “캐디처럼 매력적인 직업은 없다고 생각한다. 내장객들의 플레이를 뒤에서 묵묵히 도와드리면서 기쁠 때 함께 웃고, 힘들 때 함께 아파하는 전우애 내지 동료애가 있다. 또 사계절을 골프장에서 일하며 봄과 여름·가을·겨울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정씨에게 캐디와 관련된 질문을 던지다 보니 60분 가까운 시간이 훌쩍 흘렀다.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올해로 20년째 캐디로 일하고 있는 정문숙이라고 한다. 2006년 김포 컨트리클럽에서 처음 카트를 몰았고, 일산 스프링힐스 등을 거쳐 2018년부터 서원밸리에서 일하고 있다. 그 사이 아이도 둘 낳아서 중3 딸과 중2 아들이 있다.”
3월 중순인데도 골프장 주차장이 거의 만석이다. 아직 날이 추워도 골프장에는 벌써 성수기가 찾아온 느낌이다.
“풀부킹이라고 보면 된다. 다른 곳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새 불경기와 불안정한 시국 여파로 손님이 예년보다 줄었다고 하더라. 그러나 여기는 회원제라 그런 흐름은 잘 타지 않는다. 그래도 코로나19 때와 비교하면 내장객 숫자가 줄어든 느낌은 있다. 당시에는 골프장이 워낙 호황이었고, 지금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추세라고 보면 된다.”
캐디라는 직업을 택한 배경이 궁금하다.
“원래는 백화점 매장 직원으로 일했다. 롯데백화점 명동점과 잠실점에서 골프의류를 팔았다. 그런데 간혹 손님들로부터 ‘골프장 캐디가 그렇게 고수익이라더라. 요새는 젊은 사람들이 캐디도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업무량이 과도한 백화점 매장보다는 캐디가 낫겠다 싶었다. 그래서 캐디 직업알선소를 통해 서류를 냈다.”

캐디 채용 과정은 어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