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올리브영이 주요 매장에 고객용 화장실을 설치하기로 했다. 방문객이 급증하고 체류 시간이 길어졌지만 화장실이 없어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본사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10일 블로터에 따르면 올리브영은 지난달 말 제주 조천읍에 문을 연 ‘제주함덕점’을 시작으로 단독 매장과 거점 점포에 순차적으로 개방형 화장실을 도입할 방침이다. 향후 새로 문을 여는 단독 매장에는 화장실을 기본으로 갖추고, 기존 대형 점포도 단계적 보수를 거쳐 고객 화장실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 매체에 “현재 준비 중인 단독매장에는 모두 화장실이 들어갈 예정”이라며 “기존 점포는 구조상 한계가 있지만 순차적으로 조치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올리브영은 건물 내 공중화장실이 있는 숍인숍(shop in shop) 매장을 제외하면 자체 화장실을 고객에게 개방하지 않았다. 명동타운과 홍대타운 같은 대표 거점 매장에도 별도 고객 화장실이 없고 강남타운의 경우 직원에게 따로 문의해야만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불편은 인근 상인과 주민에게까지 영향을 줬다. 제주세화점의 경우 손님들이 인근 식당·카페에 화장실 사용을 부탁하거나, 일부 해외 관광객이 매장 밖에서 볼일을 해결하는 사례가 발생해 주민들이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현행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은 바닥 면적 2000㎡ 이상 민간 건물에 화장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이를 일반에 개방하도록 강제하지는 않는다. 올리브영이 화장실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법적 의무 때문이 아니라 공중 편의를 고려한 자율적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체험형 소비’ 확산으로 매장 체류시간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위생 관리 부담과 도난 우려는 회사의 과제로 남는다. 업계 일각에서는 올리브영의 결정이 다른 대형 소매점에도 확산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화장실 개방은 법적 의무가 아니지만, 올리브영이 먼저 나서면 업계 전반의 새로운 화두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