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미세플라스틱, 탄소 순환 연구까지 왜곡시켜

2025-12-06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해양에 퍼져 있는 미세플라스틱이 단순한 오염을 넘어, 과학자들의 ‘탄소 순환’ 이해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바다에서 채취한 샘플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천연 유기물로 잘못 인식돼, 해양 탄소 저장량이 부풀려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스토니브룩대학교 해양대기과학부(SoMAS) 연구진은 최근 학술지 PLOS One에 발표한 연구에서 “바다에서 입자성 유기탄소(POC)를 측정할 때 미세플라스틱이 함께 연소되면, 플라스틱 속 탄소가 마치 자연 유기물에서 나온 탄소처럼 계산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해양 탄소 순환에 대한 장기적인 관측과 이해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경고다.

미세플라스틱은 이미 전 세계 바다 어디에서나 발견된다. 큰 플라스틱 쓰레기가 잘게 부서지면서 생기기도 하고, 화장품·산업용 자재·화학 제품 등에 의도적으로 사용된 미세 입자가 하천·폐수·유출수를 통해 바다로 흘러 들어가기도 한다. 이렇게 유입된 미세플라스틱은 연안과 공해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퍼진다.

연구진은 해수와 퇴적물 샘플의 탄소 함량을 측정할 때 해양 과학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분석 도구를 그대로 적용해, 퇴적 유기물과 미세플라스틱에서 각각 탄소 수율을 계산했다.

이 연구를 이끈 루이스 메디나(Luis Medina) 박사는 “이러한 탄소 측정은 탄소가 바다에서 어떻게 이동·변환·저장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자료이며, 기후 변화를 예측하는 모델의 기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험 결과, 현재 사용되는 도구들은 탄소가 ‘자연 유기물에서 온 것인지, 플라스틱과 같은 인공 물질에서 온 것인지’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메디나 박사는 “바다에서 탄소를 측정하는 도구가 자연 탄소와 생물체의 탄소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는 미세플라스틱 존재로 인해 입자성 유기탄소 측정값 상당수가 의도치 않게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오염은 육안으로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연구진에 따르면 유기물 샘플은 ▲의류에서 떨어져 나온 미세 섬유 ▲샘플링·보관·가공 과정에서 사용된 장비의 플라스틱 입자 등으로 거의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쉽게 오염될 수 있다. 이때 플라스틱이 함께 연소되면, 분석 결과에서는 그 탄소가 그대로 ‘자연 유기 탄소 재고’의 일부로 잡힌다.

미세플라스틱과 실제 유기물 사이의 탄소 측정 차이는 일부 상황에서는 매우 작아, 개별 실험 결과에서는 크게 문제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러한 작은 오차가 수십 년 동안 축적되면서, 해양 탄소 측정 자료를 조용히 왜곡해 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곧 그 자료를 바탕으로 구축된 기후 모델에도 영향을 준다. 해양은 지구 탄소 순환에서 핵심적인 ‘저장고’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바다가 실제보다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하는 것처럼 계산된다면 향후 기후 변화 예측과 정책 설계에 잘못된 전제가 사용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이 “플라스틱 오염이 환경 유기물 분석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정량적으로 보여준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플라스틱이 문제’라는 차원을 넘어, 과학 연구의 기반 데이터와 기후 모델링까지 미세플라스틱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음을 드러낸 셈이다.

또한 탄소 분석을 위한 유기물 샘플 처리의 모범 사례를 미세플라스틱 오염 현실에 맞게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샘플 채취부터 보관, 장비 재질, 분석 과정 전반에 걸쳐 플라스틱 오염을 최소화하고, 측정값에서 인공 탄소를 분리·보정하기 위한 새로운 기준과 절차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해양 탄소 순환은 해양 생태계의 균형과 대기 중 탄소 농도 감소, 나아가 기후 변화 완화에 직결되는 핵심 과정이다. 연구진의 경고처럼, 이제 과학계는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바다’만이 아니라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데이터’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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