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펭귄은 왜 15m 아래 바다로 뛰어내렸을까

2025-04-25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이번 주 오마주에서는 그간 주로 소개했던 OTT 속 영화나 드라마를 잠깐 벗어나고자 합니다. 지난 화요일, 4월22일은 ‘지구의 날’이었는데요, 이날을 기념해 디즈니+에서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 <펭귄의 비밀>을 공개했습니다. 오늘은 이 다큐멘터리와 펭귄을 둘러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주말 귀한 시간을 내서 이 다큐멘터리를 꼭 봐야 할까? 물론 취향이 다 다르고 선택은 개인의 몫이지만 한번쯤 볼 만한 작품이기에 이렇게 장황한 소개를 시작합니다.

펭귄을 다룬 기존 다큐멘터리도 훌륭한 작품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특히 제작진의 이름값이 있습니다. 영화 <아바타> 시리즈로 국내에서만 ‘쌍천만’ 관객을 동원한 제임스 카메론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에미상 수상 이력이 있는 탐험가 버티 그레고리가 메인 스토리텔러로 작품에 직접 등장합니다.

다음으로는 신기한 볼거리가 꽤 있다는 점입니다. 펭귄은 어디에 살까요? 당연히 남극 주변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상식이 전부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구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존재인 펭귄은 남극에서 조류를 따라 이곳저곳에 정착을 해갔습니다. 나미비아 사막에 서식하는 펭귄, 심지어 적도 부근의 갈라파고스 제도에 사는 펭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펭귄까지 다양한 펭귄이 등장합니다. 수족관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동물이 펭귄이지만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을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추천 이유는 인간이라는 존재, 또 우리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가 등을 반추해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물론 다른 동물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유독 이 ‘웰메이드 다큐멘터리’에서 보이는 펭귄의 행동과 습성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편하게 보려는 OTT에서 뭐 그렇게 교훈까지 얻어야 하는가 싶기도 하지만 이런저런 생각이 자연스럽게(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만들었습니다) 들도록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펭귄의 비밀> 1회 ‘황제펭귄들의 본고장’에서는 어린 황제 펭귄들이 15미터 높이의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순간이 클라이맥스 장면입니다. 흔히 ‘퍼스트 펭귄’으로 불리는 첫번째 낙하주자가 뛰어드는 순간을 잘 담았는데,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이 일게끔 만든 제작진의 솜씨는 놀랍습니다.

이 ‘퍼스트 펭귄’ 이야기는 주로 정치인들이 많이 꺼냅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2월 사실상의 대선 출마선언을 하면서 “퍼스트 펭귄이 되겠다”고 했고, 정치후원금 사이트 이름도 ‘펭귄 밥 주기’라고 합니다. 벌써 4선 의원이 된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 윤재옥 의원이 정치 출사표 격으로 2011년 출간한 책 제목도 <첫 번째 펭귄은 어디로 갔을까?>입니다. 지금은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양향자 전 의원이 2019년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을 할 때 공직자의 적극적인 도전을 장려하며 제정한 상 이름도 ‘퍼스트 펭귄상’이었습니다.

정치인들이 이러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 않는 모험심, 리더로서의 희생정신 등 ‘퍼스트 펭귄’에는 정치, 특히 보수 정치에서 미덕으로 여길 만한 요소가 여럿 담겨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도 이런 서사를 배경으로 깔고 편집을 했으리라 생각됩니다. OTT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살짝 저릿저릿한 전율이 잠깐 일었던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그 높은 곳에서,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바다표범의 먹이가 될지 모르는데, 홀로 용감하게 뛰어드는 자체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서사야말로 인공적인 개념일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펭귄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물에 빠져 바다표범의 먹이가 되어 죽거나, 빙산 위에서 굶어죽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무조건 굶어 죽게 되고 (생존확률 0%), 바다에 뛰어들면 잡아 먹히거나 또는 안 먹히거나(생존확률 50%)입니다. 그래서 그나마 살 길이 보이는 바다로 뛰어든다는 건데 이는 일종의 ‘게임이론’을 바탕으로 합니다. 모든 펭귄 개개인(?)이 이 같은 합리적인 판단을 자연발생적으로 한 뒤에 바다로 뛰어내리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다시 다큐멘터리 작품으로 돌아와서 2회 ‘가장 똑똑한 펭귄들의 생존’에서는 적자생존이 아니라 ‘똑똑한 놈이 살아남는다’는 ‘현자생존’의 원리도 볼 수 있습니다. 부리가 큰 펠리컨이 잔뜩 생선을 물고 있을 때 이 펠리컨을 흔들어 놓은 뒤 먹이를 뺏는 갈라파고스 펭귄의 행태가 대표적입니다. 케이프타운 도시에 서식하는 펭귄은 교통량이 적은 야간이나 새벽 시간대에 도로를 건너는 등 ‘스마트함’을 보이기도 합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도 ‘우물 안 개구리’처럼 좁은 견문에서 나온 말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펭귄을 소재로 만든 다큐멘터리는 이번 작품이 20년 만이라고 합니다. 최근작답게 기후변화, 아니 기후위기로 인해 생존에 위협을 받는 펭귄의 모습도 자연스레(내셔널지오그래픽!) 다뤄집니다. 얼음이 단단하게 들어 차 있던 빙산에 크레바스가 생기면서 날지 못하는 펭귄이 받는 생존의 위협, 그러나 그 크레바스 아래에서 마치 빙벽 등반하듯 부리로 쪼아 올라오는 새끼 펭귄의 모습 등을 볼 수도 있습니다. 소중한 알이 얼음에 닿아 깨질까 노심초사하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수컷 황제펭귄의 ‘부성 본능’ 장면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합니다.

디즈니+ <펭귄의 비밀> 중 1회는 영화관에서도 관람이 가능합니다. 오는 29일까지 CGV 용산아이파크몰 스크린X관(일명 용스엑)에서 볼 수 있는데, 이 상영관은 앞면뿐 아니라 좌측, 우측, 그리고 천장까지 4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합니다. 이 상영관에서 연 시사회에 참석한 저는 남극 한복판이나 바닷속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아주 살짝 받긴 했습니다. 특이한 영상 체험을 좋아하는 분들은 한번쯤 극장 관람을 권합니다. 다만 ‘생각만큼 몰입감은 들지 않아 아쉬웠다’는 댓글 평가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펭귄을 넘어 동물이라는 존재와 관련해 추천할 만한 강연을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부커상 수상자이자 소설 <파이 이야기>를 쓴 얀 마텔이 2023년 한국을 찾았을 때 ‘우리 안의 동물성’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습니다. 소설 <파이 이야기>나 이안 감독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에 감동을 받은 분들은 이 강연을 통해 또 다른 깨달음과 감동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이 유튜브 강연 또한 일람을 권합니다.

썰렁 지수 ★★★★★ 남극의 설원과 빙판 위 펭귄들에게 눈보라가 몰아 닥친다

순한 맛 지수 ★★★★★ 연령 제한 없는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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