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 돌았나 멈췄나, 카메라로 한 번 더…판정 억울함 지울까

2025-07-03

요청 사례 중 38% 오심 잡아내

선수 “결과 납득돼” 긍정 반응

KBO리그에 정식 도입하려면

설치 각도·판정 기준 보완 필요

배트가 돌았나, 안 돌았나. 프로야구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논란이다. 감독과 선수들은 심판의 눈을 믿지 못해 얼굴을 붉히곤 한다. 카메라의 힘을 빌리면 더 정확한 스윙 판정이 가능해질까.

KBO는 내년 1군 정식 도입을 목표로 올해 퓨처스(2군)리그 일부 경기(1일 최대 3경기)에서 체크스윙 비디오판독을 시행하고 있다. 홈 플레이트에서 1루와 3루 쪽으로 레이저를 쏴 평행한 지점을 설정한 뒤 각 지점에 카메라를 설치한다. 1루 측 카메라로는 우타자를, 3루 측 카메라로는 좌타자를 들여다본다. 경기마다 팀당 2번의 체크스윙 비디오판독 기회가 주어지며 판독을 통해 판정이 번복되면 기회는 차감되지 않는다.

스윙 여부는 ‘타자의 의도’와 ‘배트의 각도’에 따라 결정된다. 타자가 타격 의도를 갖고 스윙했을 때 그 여세로 인해 배트의 각도가 홈 플레이트 앞면과 평행을 이루는 지점보다 투수 방향으로 넘어가면 스윙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 홈플레이트 앞면과 평행한 기준선이 타자가 선 위치에 설정되고, 배트 각도가 그 기준 90도를 넘을 때 스윙으로 판정하는 것이다.

KBO에 따르면 7월1일까지 2군 경기에서 118건의 체크스윙 비디오 판독 요청이 있었다. 판독 결과 원심이 번복된 사례는 45건으로 전체의 38.1%다. 상당수의 체크스윙 오심을 잡아냈다.

지난 2일 고양 국가대표 야구 훈련장에서 열린 고양(키움 2군)과 두산의 2군 경기에서도 체크스윙 비디오 판독이 시행됐다. 2회말 풀카운트에서 고양 김동엽이 타격 직전 스윙을 멈춰 볼넷을 얻자 두산 측에서 노 스윙 판정에 대한 체크스윙 비디오 판독 요청을 했다. 그 결과 원심 유지 판정이 나왔다.

체크스윙 비디오 판독을 경험한 선수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키움 여동욱은 “기준을 정하고 판독하니 타자로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두산 강동형은 “방망이가 안 돌았다고 생각했는데 판독 영상을 보니 살짝 나왔더라”라며 “영상이 있으니 결과를 납득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장의 코칭스태프도 경기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다만 1군 정식 도입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정교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설종진 고양 감독은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점수 차이가 크게 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해되지 않는 헛스윙 삼진이 나왔을 때 판독을 통해 스윙 여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체크스윙 비디오 판독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비디오 판독은 어디까지나 심판의 판정을 돕는 도구로만 이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니무라 도오루 두산 2군 총괄은 “영상을 통해 더 정확한 판정이 가능할 것 같다. 기준만 정확하게 정해진다면 정식 도입해도 괜찮을 것 같다”면서도 “어디까지나 심판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메라 설치 각도에 따라 스윙 판정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기는 하다. 설 감독은 “어느 각도가 제일 정확한지, 카메라를 몇대 설치해야 하는지 등 판정 기준을 더 정확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니무라 총괄도 “타석 앞쪽에 선 타자는 스윙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좀 더 보완할 필요는 있다고 했다.

카메라의 힘을 빌리더라도 결국 영상을 보고 최종 판정을 내리는 주체 역시 심판이다. 이민호 심판은 “레벨 스윙(투구 궤적과 수평을 이루는 스윙)이 아니라 어퍼 스윙(아래에서 위로 퍼 올리는 스윙) 등 기존의 궤적과는 다른 스윙이 나왔을 때 판정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90도 기준으로 방망이가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를 판단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심판은 “2군에서 제도를 확실하게 정립하고 1군 정식 도입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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