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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사무장병원·면허대여약국 등 불법 개설 기관을 단속할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을 부여하는 방안을 재논의하면서 건보공단과 의료계가 또 마찰을 빚고 있다. 건보공단은 지난해까지 15년간 불법개설 기관들에 3조원 이상의 건강보험료가 새나간 만큼 재정지출 효율화를 위해서라도 특사경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의사를 범죄자 취급하는 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21일 국회·의료계 등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4일 제1법안소위를 열어 현재 계류 중인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심의한다. 개정안의 골자는 건보공단에 특사경을 부여하는 것으로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여야 의원 7명이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건보공단은 불법 개설 기관을 근절하기 위해 특사경이 반드시 필요하며, 21대 국회에서도 긍정적으로 논의해 온 사안인 만큼 22대 국회에서 관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기석 이사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적정진료를 추진하고 불법개설기관 근절을 위한 특사경 도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건보공단에 따르면 2010년부터 작년 7월까지 적발된 불법개설기관 1719곳에서 환수가 결정된 보험료·요양급여비 가운데 92.36%를 징수하지 못했다. 불법개설 기관들은 작년까지 약 15년간 무려 3조 1194억 원의 건강보험료를 챙겼다. 건보공단 측은 경찰 수사가 평균 11개월 걸리는 반면 특사경이 도입될 경우 현재도 행정조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수사기간을 3개월가량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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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의협 등 의료계는 건보공단에 대한 특사경 부여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경찰 등 일반 수사기관, 보건복지부에 부여한 특사경만으로도 불법 개설 기관을 충분히 단속할 수 있다고 의료계는 주장한다.
의협은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법안의 행태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수십년 경력의 베테랑 수사경찰도 하기 힘든 것이 사무장병원 색출”이라며 건보공단의 특사경 추진에 대해 “강제수사권을 확보하고 의료기관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설정해 자료를 확보할 수 있으면 근절될 수 있다는 안이한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건강보험법상 기관이자 수가계약 당사자인 건보공단에게 사법경찰권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초법적인 조사권한으로 법리적 문제가 야기될 뿐만 아니라 권력 남용, 기본권 침해 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무장병원을 근절하려면 리니언시 등 회유책을 마련하고 지역의사회 등을 중심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