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약품 취급한 한약사 '불송치' 처분에 약사들 '당혹'

2025-02-21

[비즈한국] 최근 전문의약품을 취급한 한약사 일부가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처분을 받자 약사사회 내부에서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별 진행 상황을 파악한 후 추가 의견을 제시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불송치 건을 두고 한약사계는 “약사법상 약국 개설자가 전문의약품을 주문하는 것은 위반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약사에게도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61곳 행정처분 예고, 110여 곳 주의조치

지난해 6월 복지부는 “한약사 개설 약국에 면허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전문의약품이 공급된 사례가 확인됐다”며 한약사 개설 약국 838개(2024년 3월 말 기준) 중 2022~2023년 전문의약품 공급 내역이 보고된 217개 약국을 대상으로 실태 파악을 위한 조사를 지자체 합동으로 실시했다. 그 결과 복지부는 전문의약품을 반복적으로 주문해 처방전 없이 자가 복용하거나 학습, 사회봉사활동으로 사용하는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한 61개소에 대해 행정처분을 예고했다. 1~2회 전문의약품을 주문하거나 반품 기한이 지나 자체 폐기하거나 보관한 110여 개 약국에는 주의조치를 내렸다.

한약사 개설 약국에 대해 보건당국이 나선 첫 실태조사이고, 이후 행정처분까지 예고되면서 당시 약사사회는 이를 한약사와의 직능 간 갈등을 매듭짓기 위한 첫 단추로 봤다. 하지만 최근 복지부와 대한약사회가 고발한 한약사 일부가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처분을 받자 “약사회의 섣부른 판단이었다”는 목소리가 일선 약사 사이에서 나온다. 한약사들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복용하기 위해 전문의약품을 구매했거나 봉사활동으로 무상 제공, 혹은 폐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각 지자체의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고발 조치를 마친 곳도 있고, 내부적으로 따져보는 곳도 있다. 파악 후 필요시 경찰에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라며 “수사 결과, 지자체 검토 내용, 지자체에서 가능한 행정력 등을 고려해 한약사 개설 약국에 대한 추가 조사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한약사계 “전문의약품 사입, 약사법상 문제되지 않아”

한약사계는 이번 불송치 결정이 당연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한약사는 약사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합법적인 것만 해왔으며, 실태조사 과정에서 일부 한약사가 피해를 보는 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약사회 내부 사정을 아는 A 씨는 “복지부가 한약사 개설 약국의 전문의약품 공급 내역만을 가지고 약사법 위반을 단정하고 조사를 진행했다. 약사법상 약국 개설자가 전문의약품을 주문하는 것은 위반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약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다 보니 실태는 봐야 하지 않겠나 정도에서 조사가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A 씨는 “한약사가 전문의약품을 사입하는 것은 문제되는 부분이 아니”라며 자체 폐기를 두고는 “재고 관리 차원에서 합리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A 씨는 “보건소에서도 어떤 근거로 판단해야 하는지 헷갈렸다고 한다”며 “사입했으니 당연히 조제, 판매를 했다고 접근하는 것은 잘못됐다. 여러 품목을 주문하다 보면 실수가 나곤 한다. 반품 비용이 많이 들기에 모아서 6개월, 1년 단위로 반품을 하거나 자체 폐기를 하는 것이 재고 관리 면에서 합리적이다. 만약 이 같은 부분들이 위반 사항이라면 약사에게도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제약사가 공급 내역을 허위로 작성해 문제가 됐다고도 했다. 앞서의 A 씨는 “이번 조사는 제약사가 작성한 의약품 공급 내역이 바탕이 됐다. 이들은 의무적으로 의료기관이나 약국 등에 품목별로 얼마나 공급했는지를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주문한 적이 없는데 본인도 모르게 주문한 것처럼 자료가 남아 불이익을 받고 불쾌해한 한약사들이 많았다”며 “몇몇 직원의 실수일 수도 있겠지만 제약사 소명을 들어보니 다른 약국에 의약품을 빼주기 위해 잠시 재고를 잡아 놓고 나중에 반품한 것처럼 처리하고자 한 경우였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한약사회는 정부가 약사, 한약사가 취급할 수 있는 의약품을 명확히 나누겠다고 한다면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한약사회 관계자는 “일반 정서상 한약사가 전문의약품을 취급하는 것에 의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약사들도 한약제제를 임의로 다룬다. 결국 정부가 지금까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게 없기 때문”이라며 “한약사의 전문약 취급만 문제시하는 접근이 합리적인 행정인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논의를 위한 협의체를 두고는 “아직까지 관계 단체들이 협의체 구성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제안을 받거나 회의를 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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