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 읽기
사이먼 클라크 지음
이주원 옮김
동아시아
날씨에 관심 없는 문화가 어디 있겠냐마는, 유독 영국 사람들은 비정상적으로 많은 관심을 쏟는 인상을 준다. “영국에서는 하루에 사계절을 겪는다” “다른 나라에는 기후가 있고 영국에는 날씨가 있다” 같은, 자랑인지 불평인지 모를 속담들도 있다. 영국 날씨는 종잡을 수 없고, 이에 대한 농담과 격언이 문화적으로 축적돼 왔다.
어쩌면 이런 배경 때문에 영국 대기물리학자 사이먼 클라크의 『하늘읽기』는 다양한 내용을 두루 건드리면서도 어느 한 장르로 규정하기 어려운 책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대중과학서’라고 퉁칠 수도 있겠지만, 대기과학의 기본 구성을 순서 있게 짚는 입문서는 아니며, 기상학 혹은 대기과학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재구성한 책도 아니다. 정치‧외교적 환경이 자연과학의 연구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소개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고발이나 음모론적 해석에 기대지도 않는다. 변화무쌍한 영국의 날씨처럼 이 책 또한 기존 분류로는 선명하게 잡히지 않는다.

원서 제목 'Firmament'는 지금은 거의 비유적으로만 쓰이지만, 원래 히브리 성경의 세계관의 핵심 개념인 ‘궁창(穹蒼, 하늘돔)’을 의미한다. 단단한 돔 형태의 구조물 위에 거대한 물의 저장소가 있고, 이 구조물이 그 물이 지상으로 쏟아지는 것을 막는다는 상상이다. 지은이는 이러한 신화적 우주론은 간단히 짚고, 곧장 물리적 측정과 관측을 통해 드러나기 시작한 ‘대기’의 실제적 면모를 탐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다. 각 챕터는 대기의 구조, 온도와 압력 분포, 미시적·거시적 순환 등을 다루며 그것들이 어떻게 과학적 시야에 포착되었는지 갖가지 사례를 통해 추적한다.
기상학 교과서가 ‘대기란 무엇인가’를 설명한다면,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대기를 그런 식으로 보게 되었는가”에 답하는 셈. 대기가 관측 장치와 측정 기술을 통해 하나의 ‘보이는’ 과학적 대상으로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즉 공기가 어떻게 세계의 구조를 드러내는 매질이 되었는지가 이 책의 중심 관심사다.
이 서술이 시대순의 기상학 발달사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특징. 이는 대기과학의 성격과도 관련 있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여러 학자가 동시다발적으로 관찰과 실험을 시도해 온 분야인 만큼, 누가 무엇을 먼저 했다기보다 예상치 못한 경로로 아이디어가 번지고 기술이 축적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 중력상수 측정으로 유명한 헝가리의 외트뵈시가 대기 순환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사실이나, 전파의 에너지 전달을 묘사하는 포인팅 벡터를 만든 존 헨리 포인팅이 ‘온실가스’라는 용어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점은 신선한 놀라움을 준다. 갈릴레오의 발명품이 기압계와 온도계의 공통 시조란 점은 그의 다재다능함과 함께, 이제는 값싼 기압계와 온도계조차 갈릴레오처럼 대단한 과학자 이후에도 수많은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했던 점을 되새기게 한다.
이 책의 매력은 바로 ‘종잡을 수 없음’에 있다. 영국의 날씨가 하루에도 사계절을 오가듯, 독자는 관찰의 방식과 과학 개념의 변화, 기술적 발명의 순간들을 자유롭게 넘나들게 된다. 『하늘읽기』는 결국 “기상학자들은 무엇을 보고,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전문 지식을 억지로 주입하지 않으면서도, 기상·대기·기후를 과학적 질문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고방식 속으로 독자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이 시선에 익숙해지면,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주장이 얼마나 궁색한지—관측의 누적과 물리적 메커니즘을 외면한 채 단편적 사례만 붙잡는지—보이기 시작한다. 또 1차산업 무역, 선물거래 등 기후와 기상이 정보이자 변수인 분야에 종사한다면, 종종 마주치는 기상·기후 관련 뉴스와 데이터가 훨씬 더 친숙하고 이해하기 편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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