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화석 연료 연소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영국과 유럽의 겨울 강우 패턴 변화를 20여 년 이상 앞당기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재 관측되는 겨울 강우 증가는 원래라면 2040년대 중반에나 나타났어야 할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북유럽과 중부 유럽의 겨울은 예상보다 빠르게 ‘습한 겨울’로 바뀌면서 홍수 위험이 커지는 반면, 지중해 지역은 더 건조해져 가뭄과 물 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진은 “기후 모델이 이러한 변화를 크게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유럽 각국의 기후 적응·방재 계획이 현 상태에서는 위험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실린 것으로, 뉴캐슬 대학교 기후 전문가들이 1950년부터 2024년까지 약 70여 년간 유럽의 겨울 강우량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은 북대서양 제트기류의 이동 등 대규모 대기 순환 패턴과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의 영향이 어떻게 맞물려 겨울 강우를 바꾸고 있는지 추적했다.
연구팀은 통계 기법을 활용해 자연적인 기후 변동성을 최대한 분리한 뒤, 화석 연료 연소에 따른 온난화 효과를 따로 추출했다. 그 결과, 자연 변동성을 감안하더라도 관측된 겨울 강우 변화는 같은 기간 기후 모델이 예측한 것보다 훨씬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드러났다.
뉴캐슬 대학교 기후 변화 영향 전문가인 헤일리 파울러 교수는 “최근 영국 몬머스에서 우리가 목격한 상황은, 영국이 화석 연료에 대한 지속적인 의존 때문에 이미 심각한 기상 재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며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겨울 강우는 기후 모델이 감지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더 빠르게 늘어나, 2040년대에나 예상됐던 강우 증가가 이미 관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북유럽과 중부 유럽의 겨울은 점점 더 습해지고 있다. 이는 이미 홍수 위험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이 추세가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반대로 지중해 지역은 겨울철 강우량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가뭄과 물 부족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뉴캐슬 대학교 공과대학의 수석 저자 제임스 캐러더스 박사는 “특히 북유럽의 미래 겨울 홍수 위험은 지금까지 생각해온 것보다 상당히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가 오늘 직면한 위험 수준은 이미 기후 모델이 보여주는 것보다 크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각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후 모델 예측을 바탕으로 홍수 방어 시설, 하천 정비, 도시 배수 시스템 등을 설계·투자해 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모델이 겨울 강우 증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면, 그 기반 위에 세워진 방재·적응 전략 역시 실제 위험을 따라가지 못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유럽 전역의 국가 기후 적응 계획, 인프라 투자, 비상 대응 체계에 심각한 함의를 갖는다고 강조한다.
연구가 제시하는 핵심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영국은 이미 2040년대 중반에나 예상됐던 겨울 강우 수준을 경험하고 있다. 현재의 홍수 방어 시설, 도시 배수망, 응급 서비스 체계는 실제 위험 수준에 비해 준비가 부족할 수 있다. 신속한 조치가 없다면, 더 빈번하고 강도가 센 홍수로 인해 주택과 교통망, 전력·통신 등 필수 인프라, 그리고 지역 사회 전체가 반복적인 피해에 직면할 것이다.
연구진은 유럽 각국이 기후모델 예측에만 의존하는 대신, 실제 관측 자료와 최신 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20~30년 앞당겨 기후 위험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영국과 북유럽 국가들은 ▲홍수 방어 시설의 설계 기준 상향 ▲도시 배수 시스템 확충 ▲기상 재난 대응 인력과 장비 보강 등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겨울철 강우 변화에 초점을 맞췄지만, 다른 계절에서도 비슷한 ‘조기 강화(early intensification)’가 나타나고 있는지를 계속 조사할 계획”이라며 “만약 다른 계절에서도 같은 현상이 확인된다면, 유럽의 기후 위험 지형은 우리가 지금까지 이해해온 것보다 훨씬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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