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원전 종주국이지만 지난 40여 년간 지은 대형 원전은 조지아주 보글원전 3·4호기 딱 두 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자금난 등으로 당초 계획보다 무려 7년이나 늦게 가동을 시작했고 예산 역시 100억 달러 넘게 초과했다. 1979년 스리마일 원전 방사능 유출 사고 이후 30년 넘게 신규 원전을 짓지 않으면서 시공 경쟁력이 크게 뒤떨어진 탓이다.
이랬던 미국이 최소 120조 원에 달하는 거액을 들여 대형 원전을 짓기로 결심한 배경에는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이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은 AI 학습 및 가동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양의 전력을 요구한다. 실제 오픈AI·메타 등이 설립하겠다고 밝힌 1GW급 데이터센터의 경우 대형 원전 1기 출력에 맞먹는 규모의 전력을 필요로 하며 설립 비용만 70조 원에 달한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전력 급증으로 이미 올해 기준 미국 전기료는 1년 전보다 평균 7%나 뛰었다.
전력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지 여부가 AI 산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값싸면서도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인 원전을 등한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원전은 초기 건설비는 크지만 일단 가동을 시작하면 연료비가 거의 들지 않아 가스·석탄 등 다른 에너지에 비해 단가가 저렴하고 변동폭도 크지 않다. 글로벌 빅테크가 원전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이 중단된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해 전력을 확보하기로 했고 메타도 최근 일리노이주 원자력발전소와 20년 공급계약을 맺었다.
재생에너지를 ‘녹색 사기’라 규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원전 르네상스’를 선언하기도 했다. 원전 개발을 통해 전력 공급을 크게 늘려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게 트럼프 정부의 구상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AI판 맨하탄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제네시스 미션’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그는 “AI 개발과 활용의 획기적 가속화를 이루기 위해 국립연구소를 포함해 선도적 미국 기업, 세계적 유명 대학, 기존 인프라 연구, 데이터 저장소, 생산 시설, 국가안보 시설의 뛰어난 미국 과학자들의 노력을 결합할 것”이라며 AI 산업 투자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5월 원전 발전 용량을 현재 약 100GW에서 2050년 400GW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원자력산업 육성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기존 원자로 재가동과 10기의 대형 신규 원자로 건설이 포함된다. 이번 AP1000 8기 건설 역시 이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주정부 차원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뉴욕·인디애나·켄터키·테네시·와이오밍주 공동 의장과 루이지애나·메릴랜드·펜실베니아·유타·버지니아·웨스트버지니아주 등 총 11개 주정부가 ‘첨단 원자력 퍼스트 무버 이니셔티브’를 지지하는 성명을 9월 발표한 뒤 주정부 차원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뉴욕주와 일리노이주가 대표적인 예다. 월드뉴클리어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뉴욕주 전력청(NYPA)은 뉴욕주 북부 지역에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 발전 유틸리티와 에너지 디벨로퍼를 대상으로 사업제안서(RFI)를 받고 있다. 올해 초 캐시 호철 뉴욕주지사가 NYPA에 최소 1GW의 원전 개발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일리노이주 의회도 지난달 30일 신규 원전 건설의 30년 유예 기간을 해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일리노이주에서 신규원전 건설 유예 기간이 사라진다. 앞서 일리노이주는 1987년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을 유예해왔다. 이와 관련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현지 언론에 “이번 조치로 전력망 신뢰성 향상, 소비자 비용 절감, 청정에너지 보급 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형원전 건설 붐과 함께 소형모듈원전(SMR)과 우라늄 농축공장 증설도 추진되고 있다. 테네시밸리전력청(TVA)은 7개 주의 서비스 지역에 최대 6GW의 뉴스케일파워 SMR 배치를 추진 중이다. 이는 77MW급 모듈 약 80기를 건설하는 규모다. 빌 게이츠의 테라파워는 현재 미국 와이오밍주에 첫 상업용 나트륨 원자로 건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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