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기간을 당초 84개월에서 106개월로 대폭 늘려 사업자를 재입찰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에 따라 개항 시점은 2029년 12월에서 2035년으로 대폭 연기됐다. 2021년 2월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 이후 윤석열 정부 시절에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개항 시점을 5년 앞당기기로 했으나 이번에 기존 공기를 도저히 맞추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다시 개항 시점을 늦췄다. 이 때문에 대형 국책 사업의 공사 기간이 고무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보·편의 고려하면 신공항 필요
기상·지리·안전 면에서 불리해
김해공항 확장의 장점도 살펴야

명예 부산시민인 필자는 대위 시절부터 김해비행장에 근무했고, 3800여 시간의 비행 경험이 있다. 제5공중기동비행단장 등 항공·안보 분야에서 30여 년간 활동한 예비역 공군 준장으로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필요성과 안전성에 문제는 없는지 과학적으로 다시 한번 논의해보려 한다.
가덕도신공항 신설 필요성은 안보와 편의성 측면에서 따져볼 수 있다. 먼저 안보 측면을 보자. 대한민국의 주관문인 인천공항은 지리적으로 북한과는 군사분계선(DMZ)까지 약 45㎞로 지척이고,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까지는 약 370㎞로 매우 인접해 있다. 이 때문에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질 경우 작은 안보 충격에도 한반도 하늘길이 일순간 위협받을 수 있다. 인천공항 기상이 불량할 경우 예비 공항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체공항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가능하겠다.
편의성 측면에서도 설득력은 있다. 1707만 명이 거주하는 영·호남 지역 주민이 해외여행이나 출장을 갈 경우 400㎞가 넘게 떨어진 인천공항을 경유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가덕도신공항이 생기면 이런 불편을 해소할 수 있어 편의성이 증대될 것 같다.
제주항공 여객기의 무안공항 사고에서 드러났듯 더 중요한 항공 안전을 따져보자. 안전과 관련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기상과 지리적 측면이다. 기상 여건을 보면 가덕도는 바람·해무의 영향이 많으며, 태풍의 주요 경로에 위치해 기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취약점이 있다. 지리적 측면을 보면 활주로 건설은 바람의 방향과 강도를 잘 고려해야 하는데, 가덕도 일대는 축적된 기상자료가 제한돼 방향 설정에 어려움이 있다.
필자의 항공기 조종 경험으로 보면 계획된 활주로 방향(동-서)은 바람이 대부분 220°±20° 방향에서 불어와 착륙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 45° 이상의 측풍 착륙이 다수 예상된다.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과 약 40㎞ 거리에 있는 가덕도신공항에서 출항·입항할 때 인근 김해공항·진해공항·사천공항과 비행경로가 서로 겹치고, 일본영공을 침범할 수도 있어서 계기비행 절차 수립에도 어려움이 우려된다.
그동안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주장하는 측의 논리는 크게 다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많은 국민이 공항 이용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니 새 공항을 짓자는 것이다. 둘째, 포화 상태에 이른 김해공항의 애로 사항을 해결하자는 차원이다. 기존 김해공항의 문제점으로는 주요 시간대에 항공기 이착륙이 배정되는 슬롯(Slot)이 부족하고, 민항 주기장이 협소하고, 출입국 지원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그렇다면 김해공항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해보자. 슬롯 부족 문제는 비행장을 남쪽으로 확장하고 북서쪽에서 접근하는 착륙 경로를 신설하면 어떨까. 공항에 접근하는 항공기의 시간 간격을 줄이고, 항공기의 운항금지시간(Curfew Time)을 앞뒤로 30분 정도 조절하면 해결 가능해 보인다. 김해공항 주기장과 출입시설 부족 문제는 공군과의 협의로 풀면 어떨까. 군수창고와 비행대대 이전 등을 통해 김해공항을 확장할 부지를 확보하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가덕도신공항을 건설하면 소음 문제가 해결되고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다지만, 이 두 장점을 제외하면 김해공항 확장안보다 별로 유리하지 않다. 결국 가덕도신공항의 2029년 말 개통이 불확실하다면 영·호남 지역의 불편을 신속하게 해소할 수 있는 김해공항 시설 개선 방안을 플랜B로 검토하면 어떨까. 미래 국익과 안전을 위해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지금 서두르지 말고 하나하나 문제점을 짚어가면서 추진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재범 연세대 항공우주전략연구원 국제관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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