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지면에 칼럼을 연재한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101편의 글을 쓰면서 매주 목표를 세웠지만, 글쓰는 작업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새로운 책을 읽고 방향을 잡아 제한된 분량에 맞춰 글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꾸물거림이 있었는지 나 자신이 잘 안다. 완벽히 하고 싶은 마음에 미룬 적도 많았고, 이런저런 이유로 미룬 적도 여러 번이었다. 내 안에는 분명 미루고 싶은 성향이 숨어 있었다.
《나는 왜 꾸물거릴까》라는 미루는 습관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한다. 이동귀 교수와 연세대학교 상담심리연구팀은 20년간의 연구 끝에 꾸물거림이 단순한 게으름이나 의지력 부족이 아닌, 우리의 ‘감정적 성향’과 깊은 연관이 있음을 밝혀냈다. 그동안 많은 자기계발서가 “당장 시작하라”라고 외쳤지만, 이 책은 ‘왜 미루는지’를 이해하라고 말한다. 자신을 스스로 이해함으로써 꾸물거림을 해결하자는 접근법은 참신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꾸물거림을 유발하는 다섯 가지 성향을 제시한다. 이 다섯 가지 성향은 꾸물거림이 단순한 의지력 부족이 아닌, 개인의 심리적 요인과 성향에 기인한 것임을 보여준다. 나에게도 낯설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
첫 번째 성향은 비현실적 낙관주의다. 이 성향을 지닌 사람은 일을 쉽게 끝낼 수 있다고 여겨 일을 미룬다. 나 역시 마감이 임박한 글을 ‘금방 끝날 거야’라는 안일한 생각에 미룬 적이 많다. 그러나 막상 마감일이 다가와 급하게 완성하면, 결과에 만족하지 못했다. 비현실적 낙관은 꾸물거림을 부추기는 중요한 요인이다.
두 번째 성향은 자기 비난이다. 결과가 부족할까 두려워하며 일을 미루는 사람들은 ‘이 정도로는 부족할 거야’, ‘더 잘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자신을 스스로 자책하게 된다. 자기 비난은 미루기와 자책의 악순환을 일으킨다. 저자는 이를 끊기 위해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라고 권한다.
세 번째 성향은 현실 저항이다. 해야 할 일이 있지만 왠지 하기 싫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주말에 딴생각하며 현실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곤 했다. 현실 저항은 우리가 꾸물거리게 만드는 강력한 요소다. 이 성향을 극복하려면 목표를 자율적으로 설정하고,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네 번째 성향은 완벽주의다. ‘완벽하게 해야 한다’라는 생각에 일을 시작조차 못 하는 사람들이 있다. 완벽주의 성향은 일을 시작하기 어렵게 만들고, 결국 꾸물거리게 한다. 책은 완벽을 추구하기보다 적당한 완성도를 목표로 삼으라고 조언한다. 완벽 대신 꾸준함이 오히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
마지막 성향은 자극 추구다. 지루한 일에 쉽게 흥미를 잃는 사람들은 새로운 자극을 찾아 헤매며 현재의 일을 미룬다. 나 역시 단조로운 작업을 할 때 자주 딴생각에 빠졌다. 자극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일 자체에 흥미를 불어넣거나 중간중간 작은 변화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 다섯 가지 성향을 이해하면, 꾸물거림을 단순히 의지력 문제로 볼 수 없다. 각자의 성향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
책 《나는 왜 꾸물거릴까》라는, 미루는 습관을 고치려면 먼저 스스로 성향을 이해하라는 조언에 있다. 꾸물거림이 단순히 ‘시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개인의 성향 때문’일 수 있다는 관점은 꾸물거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단순히 의지를 다지는 것만으로는 장기적인 변화가 어렵다. 이 책은 자기 이해를 통해 꾸물거림을 해결하라고 격려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꾸물거림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꾸물거림을 이해하고, 그것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것이다. 꾸물거리지 않고 ‘꿈을 그리는’ 시간이 필요한 분들에게 권한다.
글 = 조석중 (독서경영 전문가)
소개도서
《나는 왜 꾸물거릴까》 (이동귀 외 지음 /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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