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시즌 KBO리그 최고 외국인 투수로 활약한 좌완 카일 하트(33)가 샌디에이고 선발 자리를 꿰찼다. MLB닷컴은 26일 “샌디에이고가 스프링 트레이닝을 마치면서 개막 선발 로테이션을 사실상 확정했다”며 “카일 하트와 랜디 바스케스가 마지막 2자리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봄 동안 하트는 샌디에이고 5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해 왔다. 다르빗슈 유가 오른 팔꿈치 염증으로 개막 로스터에서 빠지는 바람에 기회가 더 커졌다. 하트와 바스케스, 스티븐 콜렉이 선발 2자리를 놓고 3 대 2 경쟁을 벌여왔다. 결국 콜렉이 트리플A로 내려가면서 바스케스와 함께 하트가 최종 승자가 됐다. MLB닷컴은 하트가 시즌 초 샌디에이고 3선발, 혹은 5선발 자리에서 등판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트는 지난 23일 시범경기 마지막 선발 등판에서 4.2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투구 내용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루벤 니에블라 샌디에이고 투수 코치는 “스트라이크 존 공략이 좋았다. 타자들의 밸런스를 무너뜨렸고, 땅볼을 많이 유도했다”고 하트의 투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트는 지난 시즌 NC 1선발로 KBO리그에서 활약하며 157이닝을 던지며 13승 3패 182탈삼진 평균자책점 2.69를 기록했다.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하며 최고 투수 평가를 받았다.
하트는 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MLB) 복귀를 택했지만, 과정은 험난했다. 지난달까지도 계약을 맺지 못했다. 간신히 샌디에이고와 1+1년 최대 600만 달러 계약을 맺었지만, 조건이 많이 붙었다. 올해 연봉 100만 달러에 구단이 계약 연장을 선택해야 내년 500만 달러를 받는다. 금액만 따지면 한국에 남는 것이 오히려 이득일 수도 있는 내용이다.
계약 규모에서 나타나듯 샌디에이고도 하트에 그리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지역 매체 ‘샌디에이고 유니언 트리뷴’은 “하트가 KBO리그에서 사이영상 격인 상을 받기도 했지만, 샌디에이고는 큰 기대 없이 ‘한번 보자’라는 심정으로 그를 데려왔다. 하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괜찮고, 140㎞ 후반대 직구를 던진다는 것 정도였다”고 전했다. 어렵사리 계약을 따냈고, 이달 초 독감으로 일주일 결장까지 했지만 결국 자기 능력으로 선발 자리를 따낸 것이다.

하트가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면서 KBO리그 전통의 ‘외국인 명가’ NC는 2년 연속 MLB 선발 투수를 배출하게 됐다. NC산 ‘역수출’ 투수들 간 선발 맞대결 가능성도 생겼다. 2023시즌 투수 트리플 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에 MVP까지 석권한 에릭 페디가 이번 시즌 세인트루이스 3선발로 나선다. 페디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총액 15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시즌 중 세인트루이스로 이적했지만 꾸준히 활약했다. 두 팀에서 평균자책점 3.30에 9승 9패를 기록하며 MLB 복귀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물론 하트와 페디의 맞대결이 성사되려면 시즌 중반까지 하트가 샌디에이고 선발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성립해야 한다. 페디와 달리 하트의 팀 내 입지는 아직 불안정하다. 다르빗슈가 복귀하면 다시 선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샌디에이고와 세인트루이스의 첫 맞대결은 올스타전 이후인 7월25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