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의 계엄 선포권에 대한 국회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계엄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국방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12·3 계엄 사태 이후 대거 발의된 계엄법 개정안을 7시간 가량 심의한 후 처리했다. 소위원장인 부승찬 민주당 의원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1981년 개정된 이후 손댄 적이 없었던 법이 12·3 비상계엄 이후 개정 필요성이 높아졌고, 이러한 인식에 양당이 모두 동의해 합의 처리됐다”고 전했다.
개정안에는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심의 시 회의록을 ‘즉시’ 작성하고, 계엄 선포를 국회에 통고할 때 회의록을 같이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쳤기 때문에 12·3 비상계엄이 절차적 요건을 충족한 계엄이라고 주장해왔지만, 헌법재판소는 탄핵 결정문에 “계엄을 선포하러 나가기까지 걸린 시간이 5분 정도에 불과하였고 안건 상정, 국무회의 회의록 작성 등이 없었다”고 적시했다.
법안에는 현행범으로 체포·구금된 국회의원도 계엄 해제 의결과 관련한 국회 본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계엄 선포 이후라도 군·경찰 등의 국회 출입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아울러 군·경이 국회의원 등의 국회 출입과 회의 등을 방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이 법안은 다음주 전체회의를 거쳐 내달 초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위헌’ 논란이 제기된 조항은 모두 삭제됐다. 당초 민주당이 쏟아냈던 62건의 계엄법 개정안은 대부분 계엄 선포 요건을 강화하고 해제 요건을 완화하자는 내용이 골자였다. 구체적으로 ▶계엄 전 국회 ‘사전 동의제’ 신설 ▶계엄 전 국무회의 ‘심의’ 요건을 ‘의결’로 변경 ▶국회가 해제 결의안을 의결하면 즉시 계엄 효력 소멸 등의 조항이 담겼었다.

이러한 조항은 통과되도 결국 위헌 법률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중론이었다. “비상 사태에 대한 판단을 대통령에게 맡기도록 헌법에 명시했으므로, 국회에 미리 동의를 받는 등의 법 개정은 헌법의 취지와 배치된다”(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유에서다. 국회 입법조사처와 국방부도 지난 2월 국방위에 비슷한 취지의 우려를 전달했다. 국방위 소속의 민주당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초 반대 입장을 펼치던 국방부가 자체적으로 위헌 소지를 뺀 법안을 충실히 준비해와서 합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개헌이 필요한 사안을 피하려다 중요한 알맹이가 다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통화에서 “국회의 권능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이미 헌법과 법률을 통해 충분히 보장해 놓았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있다”며 “친위 쿠데타에 대비하려면 계엄 요건에 제한을 두는 등의 헌법상 손질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