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상승 추세…전국 확산 시점 2070년 예측
고의적 확산 행위 안돼… 생태계 교란 우려
전문가들 “급속도로 확산할 가능성 충분”
산악 지형·대도심 중심으로 퍼져나갈 가능성
“요즘 서울이나 인천의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뉴스를 보면 얘네들이 머지않아 몇 년 후엔 전국으로 확산하지 않을까 걱정돼요.”
전북 전주에 사는 유모(37)씨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단 출몰해 시민에게 큰 불편을 주고 있는 러브버그에 대해 4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직 동네에서 러브버그를 실제로 본 적은 없다”며 “외래종으로 국내에 들어와 이렇게 대량 번식한 것을 보면, 땅도 좁은 한국에서 금방 확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연구원 ‘서울시 유행성 도시해충 확산 실태와 대응방안’ 보고서는 한 연구 결과를 인용해 러브버그가 한반도 모든 지역에서 확산하는 시점을 2070년이라고 예측했다. 현재와 같은 추세로 기온이 상승할 경우, 동아시아 지역의 러브버그 분포 확률을 예측하는 모델을 통해 도출한 결과다.
다만 전문가들은 러브버그의 전국 상륙이 더 앞당겨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지구온난화로 점점 고온다습해지고, 터전을 잡을 수 있는 산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상 언제든 러브버그가 급속도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확산 형태는 산악 지형을 따라 퍼지거나, 차량·기차 등을 통해 대도심으로 흘러들어 가 번식할 가능성이 모두 제기됐다.
삼육대 생태환경연구소장 김동건 교수(스미스학부대학)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2022년부터 러브버그의 확산 행태를 보면 녹지 축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러브버그는 부엽토가 많은 활엽수림에서 산란·서식을 하는데, 우리나라의 이어진 산맥을 따라 급속도로 퍼져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브버그는 원래 따뜻한 지역에서 살았으니 동쪽보다는 기온이 높은 남쪽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며 “다만 꽃매미 사례처럼 천적 생물이 러브버그를 먹이로 인식하게 되면 갑자기 확 사라질 가능성도 있어 아직은 예측이 어렵다”고 부연했다.
신승관 서울대 교수(생명과학부)는 “러브버그가 살기 위해선 추위 적응이 필요한데, 현재로선 도심 열섬 현상 때문에 근처에 대도시가 있는 곳에서만 번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며 “KTX 같은 교통수단에 우연히 붙어 부산이나 대전 등 큰 도시가 있는 쪽 위주로 퍼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온라인상에서 러브버그를 다른 지역에 퍼뜨렸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고의적인 확산 행태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앞서 한 누리꾼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살아있는 러브버그 약 20마리를 채집통에 넣고 부산에 내려와 숲에 던졌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러브버그가 생태 예측이 어려운 외래종인 만큼, 소량이라도 새로운 지역에 방생될 경우 대량 발생의 위험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김 교수는 “개체 수가 많지 않으면 쉽게 확산하지 못한다는 시각이 있지만, 외래종이란 게 처음부터 수천마리가 들어와 국내에 퍼지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우연히 들어온 1∼2마리가 산란하고 살아남으면 확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외래종의 전국 확산은 국내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이 같은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신 교수는 “러브버그가 해충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대발생하면 결국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러브버그가 많아지면 기존의 비슷한 생태적 지위를 가진 토착종들과 경쟁하게 되고, 장기적으론 생물 다양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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