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연대는 힘이 세다

2025-01-07

리소크레용(기름을 원료로한 화구)으로 슥슥 그린 듯한 이 작품에는 서로 팔을 붙잡은 채 결속을 다지고 있는 인물 네명이 등장한다. 각각의 인물이 팔을 연결해 하나의 단일체를 이루는 구도는 단결과 저항의 힘을 강조한다. 긴장감과 절박함을 표현하는 인물들의 눈빛과 자세는 보는 이로 하여금 동시대 사회문제에 대한 깊은 공감을 유도한다. 강렬한 명암 대비와 간결한 선은 정서적 충격과 공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빈곤·억압·저항의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전달한다.

독일의 예술가 케테 콜비츠는 예술이 단순히 미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불의와 억압받는 사람들의 현실을 폭로하고 변화의 동력을 제공해야 한다고 믿었다. 예술을 사회 변화의 도구로 본 것이다. 이 작품은 단순히 시대의 고통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대와 저항의 행동을 촉구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강하게 담고 있다. 그림이 그려진 때는 독일이 경제적 위기와 정치적 혼란, 그리고 나치당의 급부상이라는 심각한 위기에 처했던 시기다. 노동 계급이 분열된 상태로는 파시즘에 맞서 싸울 수 없다는 점을 통감한 콜비츠는 이념적 차이를 넘어서 노동자 계급의 통합된 저항을 지지했다. 1932년, 콜비츠가 KPD(독일 공산당)와 USPD(독립사회민주당) 간의 통합 행동을 촉구하는 공동 서명에 참여한 것은 그가 얼마나 적극적인 행동 주의자였는지를 보여준다.

나치 정권이 집권한 이후 콜비츠의 신념과 활동은 정치적, 그리고 개인적 위험을 초래했다. 그의 예술은 ‘퇴폐 예술’로 간주됐으며, 작품활동은 감시와 억압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콜비츠는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고, 꾸준한 작업을 통해 침묵을 깨고자 했다. 작품 ‘연대’를 통해 화가는 억압받는 자들의 고통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초월하는 공동체적 힘을 역설한다. 결속과 연대의 힘을 통해서만이 억압과 불의를 극복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음을 믿었기 때문이다. ‘연대’는 단지 과거의 투쟁을 기록한 작품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우리가 서로 손을 맞잡아야 할 이유를 상기시킨다. 거리를 가득 메운 함성과 온라인 공간에서의 지지가 모여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 내리라. 함께 일어서고자 하는 마음을 안고, 서로를 향한 믿음을 품고 나와 같은 마음으로 희망을 짓는 누군가를 떠올린다.

연대는 힘이 세다.

박재연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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