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의 칼, 특검 150일
김건희의 집사는 왜 해외로 튀었나①
2003년 5월 22일 오전 4시30분. 미국 로스앤젤레스발 대한항공 KE012편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승객들을 주시하던 건장한 남성들이 이내 한 사람을 발견하고 접근했다. 노타이에 남색 정장 차림이던 그 남성에게 체포영장이 제시됐다.
서울지검에서 나왔습니다. 이수만씨죠?

그는 ‘K팝의 대부’로 불리는 당시 SM엔터테인먼트 대주주 이수만이었다. 2022년 터진 이른바 연예계 비리 수사를 피해 미국에서 1년 가까이 체류하던 그는 검찰의 귀국 종용에도 끈질기게 버텼다. 그러나 인터폴 수배 대상이 되면서 해외 체류가 어려워지자 결국 고국 땅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외 도피를 통해 검찰 수사망을 피하고 다른 동종 구속 피의자 또는 피고인들과의 법정 공평성을 저해한 그는 당연히 그 행위에 대한 가중처벌이 마땅해 보였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기소되고 재판에 임하고, 선고를 받는 등 형사소송 절차가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그가 구치소에 수감돼 있었던 시간은 딱 5일에 불과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후술하겠지만 그건 ‘보람찬 해외 도피’ 덕택이었다.
잡는 자 위에 도망가는 자가 있다. 국민의 시선을 사로잡는 초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어김없이 한국을 뜬 눈치 빠른 이들이 등장한다. 이번 특검 수사 과정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집사’ 김예성(48)씨가 그 해외 도피의 최신 용례가 됐다. (이하 경칭 생략)
‘집사 게이트’의 핵심으로 지목받는 김예성은 왜 도망갔을까. 해외로 도피해도 결국은 잡혀 오거나 압박을 견디다 못해 자진 귀국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말이다. 그럴 경우 도주에 대한 가중처벌로 인해 더 무거운 벌을 받는 것 아닐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이수만의 경우가 드문 사례가 아니라고? 정말 그런 것인지 지금부터 한번 제대로 따져보자. 아, 도피 배후? 그 얘기도 다뤄볼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