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말 신용사면 ‘역대 최대’…금융권선 부작용 우려도 제기

2025-08-12

정부가 연말까지 5000만 원 이하 개인 채무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의 ‘신용사면’을 실시하겠다고 밝히자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성실히 빚을 갚은 사람들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될 뿐만 아니라, 편법적인 ‘차환 대출’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신용사면으로 연체정보가 삭제된 채무자들이 다시 대출을 받고 연체를 반복할 경우, 금융기관은 연체율 상승에 따른 가산금리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 결국 성실 상환자들이 연체자들의 비용을 떠안는 역차별이 심화될 우려가 크다.

특히 카드론, 리볼빙, 현금서비스 등 고금리 단기 대출 상품의 연체율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대출은 통상 ‘서민들의 급전 창구’ 역할을 하는 만큼, 연체율 상승에 따른 금리 인상은 급전이 필요한 성실 차주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사면 규모가 지나치게 크면 전체 금리 수준을 끌어올리는 압력이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성실히 관리해온 차주들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연말까지 편법 차환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출기록이 남지 않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에서 돈을 빌려 기존 대출을 갚고, 연체 기록이 삭제되면 다시 제1금융권 대출로 되돌아가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편법 대출 알선 브로커가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입장에서는 차주의 연체 정보가 일괄 삭제되면서 신용등급 산정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결국 현금 배당 등 주주환원 여력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사면과 상생금융 정책이 하반기 금융권 건전성 관리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며 “비용 상승 요인이 계속되면 주주환원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12일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 1월 1일부터 올해 8월까지 발생한 5000만 원 이하 개인 채무에 대해 연말까지 상환하면 연체정보를 삭제해주는 방안을 내놨다. 현재 272만 명이 상환을 완료해 수혜가 확정적이며, 나머지 52만 명도 연말까지 상환 시 같은 혜택을 받을 예정이다.

또한 하반기 배드뱅크 설립을 통해 113만 명의 장기 연체 채무 소각도 추진한다. 지난해 초에도 286만 명에게 신용사면이 이뤄져 최근 2년간 600만 명 이상의 채무 정보가 삭제되는 대규모 신용 회복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은 이처럼 대규모 채무 정보 삭제가 금융 시장 전반에 미칠 부작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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