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K-pop 아이돌 등 한류 인기와 높아진 한국의 경제력을 배경으로 한국인 남성과 일본인 여성의 결혼이 증가하고 있다고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인 남성과 일본인 여성의 혼인 건수는 전년 대비 40% 증가한 1176건으로 최근 10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인 여성과 일본인 남성의 결혼은 147건으로 10년 전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저출산 영향으로 한국 전체 혼인 수는 10년 전에 비해 약 30% 가까이 줄었지만, 국제결혼은 증가하며 전체 결혼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결혼 중 대부분은 베트남인이나 중국인과의 결혼이지만, 코로나19 이후 일본인과의 국제결혼 증가율은 13%로 눈에 띄게 늘었다.

닛케이는 "한류 문화가 남녀 간의 거리감을 좁혔다"고 짚었다. 2003년 방영된 드라마 '겨울연가'는 일본에서 한류 1차 붐을 일으켰다. 그때 40대 이상이었던 여성들은 한국에 좋은 인상을 갖게 됐고, 자녀나 손주의 결혼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36)을 둔 지바현의 통역사 여성(34)은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대장금'이나 '겨울연가' 같은 드라마를 열심히 봤다며 "아버지도 드라마에 빠져, 한국 유학도 응원해 주셨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해 문화를 접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상대를 찾기도 쉬워졌다. 한국인 연인을 찾는 매칭 앱은 물론, 온라인 게임을 통해서도 한국인과 인연을 맺을 수 있다.
일본인 남성과의 차이에 기대를 품는 사람도 많다. 한국인 남성(45)과 결혼한 도쿄의 여성 직장인(43)은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하고 한국 배우의 이른바 '덕질'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 남성은 가정적이고 애정 표현이 풍부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1970~80년대에는 일본의 경제력과 농촌의 인력 부족을 배경으로 한국 여성들이 일본 남성과 결혼해 일본에 오는 사례가 많았다. 1980~90년대에는 통일교(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합동결혼식을 통해 한국으로 이주한 일본인 여성이 늘었다.
한국에 관심을 가진 여성이 결혼을 계기로 이주하는 사례는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증가했다. 이 시기 한국은 1인당 명목 GDP에서 일본을 추월했고, 남성 평균 급여도 최근에는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최근 SNS에는 "#한일부부", "#한일커플과 소통하고 싶어요" 등 다양한 게시물이 계속 올라온다. 이들의 데이트 사진이나 다정한 모습들이 동경을 불러일으키며 또 다른 한일 커플을 낳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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