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인사 “개인 일탈 아닌 구조적 문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가 4일간 피의자 2명이 숨져 ‘강압 수사’ 의혹이 제기된 전북경찰청에 대한 수사 감찰(필요하면 수사로 전환하는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검찰·경찰 개혁을 추진 중인 정부가 이 사안을 엄중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익명을 원한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1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번 논란은 단순히 수사관 개인의 일탈 문제가 아니라 피의자 인권을 경시하는 경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과 대상의 권력 유무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사하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며 “국수본 감찰 결과는 검찰이 해체되고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는 것을 전제로 수사권이 온전히 경찰로 넘어갔을 때 경찰 스스로 수사권 남용이나 인권 침해 문제를 어떻게 통제하고 정화할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문 닫게 하겠다” 압박 의혹
피의자 2명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전북경찰청 지휘부가 익산 사건을 담당한 팀만 업무에서 배제하고, 대전 사건 팀은 계속 수사를 맡긴 것도 논란이다. 이에 대해 김철문 전북경찰청장은 “(익산과 대전 건은) 현장 상황이 다르다”며 “감찰 조사 결과를 기다려 보자”며 말을 아꼈다.
앞서 익산 모 콘크리트 업체 대표 A씨(40대)는 지난 7일 오후 6시쯤 완주군 봉동읍 한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익산시 간판 정비 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익산시 회계과장(5급) B씨(50대·6일 구속 송치)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A씨를 입건해 조사하던 중이었다. 지난달 28일 익산시청 압수수색 당시 B씨 승용차 안에선 9000만원어치 돈뭉치와 지역사랑상품권이 발견됐다.
경찰은 지난 3일 해당 현금 출처로 의심되는 A씨 회사 등 업체 4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당일 경찰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은 A씨는 숨지기 전 지인에게 “경찰이 ‘회사 문을 닫게 하겠다’고 하거나 부모님을 회사 임직원으로 등록해 급여를 준 사실을 언급하며 ‘탈세 목적 아니냐’고 압박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전북경찰청은 지난 8일 A씨 사건을 맡은 1팀장과 수사관 2명을 업무에서 배제했다. 같은 날 국수본은 사안이 심각하다고 보고 직접 수사 감찰에 나섰다. 1팀장 등은 여전히 출근하며 다른 사건을 수사 중이다.

“수사관 위축” “비리는 철저히 수사해야”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4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수수) 혐의로 대전 지역 한 주택 재개발 전 조합장 C씨(60대)의 대전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3팀장과 수사관 등 3명이 압수수색 시작 10분도 안 돼 집에서 돈다발을 발견하자 C씨는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다. 사건 직후 전북경찰청 수사심의계는 감찰을 진행했으나 국수본 지시로 보류됐다. “국수본이 익산 사건과 병합해 감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적법하게 압수수색을 진행하던 중 C씨가 우발적으로 투신했다”고 했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감찰 처분을 기다리는 처지라 사무실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며 “이런 일이 생겨 (수사 관련해) 앞만 보고 달리는 것도 부담”이라고 했다.
경찰 내부에선 “이번 논란으로 묵묵히 일해 온 수사관 다수가 위축돼 안타깝다” “비리는 철저히 수사해야 하는데 주객이 바뀐 것 같다” 등의 의견도 적지 않다. 국수본 수사인권담당관실 관계자는 “익산과 대전 건은 서로 (피의자 죽음을 둘러싼) 구체적 사정과 성격이 달라 같은 잣대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며 “현재는 비위라고 볼 만한 사안인지 조사하는 중이어서 구조적 문제를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