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글로벌 환경도 급변
국내만 머물러서는 환경기관도 도태
이사장이 직접 ‘팀’ 이끌며 혁신 주도
“직원 주도로 50년 미래 그리는 일”

‘그린 리부트’ 낯선 단어다. 직역하면 ‘환경 재시작’ 대충 이런 의미다. ‘다시 시작한다’는 뜻을 담을 만큼 그린 리부트는 한국환경공단(이사장 임상준, 이하 환경공단)이 올해부터 추진하는 내부 개혁 사업을 대표하는 단어다.
환경공단은 올해 조직 전체를 탈바꿈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단순히 조직 구조를 바꾸거나 문화를 개선하는 수준이 아니다. ‘환골탈태(換骨奪胎)’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환경공단이 재탄생 수준의 개혁 작업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급변하는 환경이다. 여기서 ‘환경’은 자연 상태를 의미하는 ‘Environment’와 사회적 여건을 뜻하는 ‘Circumstances’ 두 가지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
세계는 기후위기로 인해 탄소중립 속도를 높여가는 만큼 환경공단 또한 국내 기관으로서 역할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급변하는 국제적 흐름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목표다.
ESG(환경·사회·투명 경영)이나 녹색성장 차원에서도 이대로면 도태될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을 고려했다. 환경공단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와 같은 경쟁력 있는 사업들을 세계에 수출하는 것을 꿈꾼다. 세계 녹색산업 시장이 1700조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미 세계적으로 경쟁할 역량을 갖춘 한국의 환경정책과 기술을 이대로 묵혀둘 순 없는 노릇이다.
환경공단 그린 리부트를 주도하는 인물은 임상준 이사장이다. 환경부 차관을 지낸 그는 지난달 이사장 취임 직후부터 조직 재설계를 고민해 왔다.
임 이사장은 지난 2월 3일 취임사 당시 국내외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역량 집중을 강조했다. 환경공단이 국내에서만 역할을 할 게 아니라 세계로 진출하고 국제환경기구와 공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탄소중립, 기후위기 시대 선제적 대응과 역량 집중을 강조한 그는 직접 그린리부트 TF 팀장을 맡아 조직의 근본적인 전환을 추진 중이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3년 연속 ‘우수’ 등급을 받은 환경공단을 임 이사장은 왜 ‘리부팅’하려는 것일까? 그가 그리는 그린 리부트의 모습은 어떤 것이며, 결과물은 어떤 형태일지 인터뷰를 통해 물었다.
Q. ‘그린 리부트’ 사업 추진을 고민한 계기는 무엇이며, ‘그린 리부트’는 왜 필요한가?
- 우리 환경공단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준정부기관 최초로 3년 연속 A등급을 받았다. 매우 자랑스럽고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이 성과가 더 이상 혁신이 필요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우리 환경공단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고려하면, 많은 도전이 새로이 생겨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기후 위기, 탄소중립, 순환 경제, ESG 확산 등 급변하는 국제적 흐름 속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조직과 인력 운용 방식이 다가오는 미래 수요에 합당한지 살펴야 할 때다. 성과와 보상은 과연 공정이라는 가치를 반영하는지와 같은 ‘기본과 원칙’을 차분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리부트’는 말 그대로 재시동을 통해 우리 안에 있을지 모르는 오류를 바로잡고 기관 성능을 최적화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Q. ‘그린 리부트’란 사업명은 누구 아이디어인가?
- 사업명은 환경공단의 미래를 고민하는 젊은 직원들 머리에서 나왔다. 그들의 창의적 발상 결과물이다. 직급, 분야에 상관없이 환경공단 미래를 고민하고 창의성을 발휘하고자 하는 젊은 직원들이 머리를 모아 내놓은 사업명이다. 이에 저도 같은 마음으로 동의했다.

Q. 이사장이 직접 TF 팀장을 맡기로 했다는 것은 이번 사업이 공단의 미래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고 해석될 수 있다. 이사장께서는 이 사업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로 평가하나?
- 그린 리부트는 간판만 바꿔서 다는 식의 외형적 변화를 추진하는 게 아니다. 미래 환경 패러다임을 주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유전자를 만드는 혁신을 추구한다. 지속가능한 미래 전략을 정립하고, 조직 개편과 환경 혁신 등 환경공단 운영의 근본적 전환을 추진하는 의미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란 말이 있다.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한 말인데, 피터 드러커와 같은 미래학자도 같은 말을 했다.
다가올 미래를 우리가 직접 그려나간다는 자세로 우리 환경공단 직원 전체의 창의적 의견들을 모으자는 것이 그린리부트 TF의 취지다.
외부에 용역을 줘서는 될 일이 아니다. 모든 직원이 자기 일이라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저 또한 마찬가지다.
이는 환경공단 내부에서도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던 사안이라고 들었다. 다만 변화를 시도하는 데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뿐이다. 저는 그러한 변화 시동을 거는 역할을 하고자 한 것이다.
3가지 과제의 단순한 성패보다도 우리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노력, 그게 더 성공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수출, SPC 설립, 조직 구조 개편 등 3개 핵심 과제를 계획했다. 이들을 핵심 과제로 꼽은 이유는 무엇인가?
- 과제별로 설명하자면, 먼저 포화상태인 환경시장의 성장 돌파구, 글로벌 진출을 위해 EPR 수출을 과제로 선정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 수준의 환경정책과 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시장과 국제무대에서 위상은 그렇게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통계를 보면 녹색산업 글로벌 시장은 1700조원에 달해 반도체 시장의 2배가 넘는다. 하지만 국내 시장 규모는 34조원으로 글로벌 시장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결국 우리가 갈 길은 해외시장 진출이라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해외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정책, 기술적 역량이 있다. 환경 시장에서도 선진국들은 이미 선점하고 있고, 중국은 무섭게 부상하고 있습니다. 지금 준비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설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우리 환경공단은 ODA 중심 국제 환경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물산업 분야 일부를 제외하면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도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와 같이 세계에 내놓았을 때 경쟁력이 있는 고유의 환경브랜드와 환경인프라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환경공단의 글로벌 진출은 단순히 우리의 사업영역만을 넓히는 차원이 아니다. 글로벌 환경시장에 국내 기업이 함께 진출해 수익을 만들고 이를 다시 국내 시장의 투자로 이어지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목적이다.

Q.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은 환경공단이 갖는 법적, 제도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해야 하나?
- 환경정책을 수립·시행하는 흐름을 보면 환경부는 큰 프레임을 짜는 역할을, 환경공단은 프레임에 각각 색을 입혀 그림을 완성하는 형태다. 그런데 저는 프레임에 색깔을 입히는 일이 ‘위탁된 업무의 집행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내외 환경을 고려했을 때 결국 환경공단도 기존의 위탁형 업무를 넘어 스스로 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발굴해야 한다. 물론 지금은 ‘공단’이라는 제도적 제약들이 있어서 단기간에 사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과거 환경공단에 없던 사업적 유전자(Business Gene)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은 지금부터라도 해야 한다.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청정수소 생산 유통 SPC 설립의 시험대(Test Bed)가 될 것이다.
Q. 조직 구조는 어떻게 개편하겠다는 것인가?
- 공공부문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경직된 조직 구조는 사실 환경공단에만 특유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환경공단은 여러 번의 혁신과정을 거쳐 지금의 조직 모습을 갖추게 됐다.
그럼에도 지금의 구조상으로는 현안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동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유연하고 민첩한 조직, 즉 애자일(Agile, 기민한)한 조직이다.
이런 기민성에 탄력성과 유연함을 더하기 위해 기존의 환경 매체(물, 대기, 토양, 등등) 중심의 융복합형 조직으로 재편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부서 간 고정된 경계를 허물고 공동의 협력적 사업방식을 도입하는 방안도 깊이 있게 검토할 계획이다.
더불어 젊은 세대가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과에 맞는 합당한 보상, 개인별 직무 가치를 조직·인사·보수 전반에 적용하는 문화를 임직원들과 함께 만들어 갈 생각이다.
Q. 과제별로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나?
- 우선 ‘탄소중립 시대를 선도하는 글로벌 환경전문기관’이라는 공단 비전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기관을 지향하면서 국제적 인지도는 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지, 어떤 방식의 해외사업을 수행하는 게 바람직한지, 장·단기 접근방식의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등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그러한 성찰 위에 앞으로 해외 진출 전략 방향을 설정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설계하고자 한다.
또한 현재의 환경공단 조직 구조와 사업방식 또한 기후위기 시대 미래에도 지속가능할 것인가를 탐색해야 한다.
매체별 전통적 조직구조가 미래 시대 변화를 담아낼 수 있는지, 정부 위탁 사업 중심 현 사업방식이 계속 유효할지에 대해서도 진지한 성찰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고민이 조직 재설계에 기본 그림으로 반영될 것이다. 혁신의 마케팅을 위해 간판만 바꾸어서 다는 조직 개편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게 지난 30년 공직에 몸담아 온 제 경험으로 내린 판단이다.

Q. 결국 ‘그린 리부트’ 성공을 위해서는 공단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가 필수일 듯하다. 임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 그린 리부트는 경영진을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기본적인 로드맵 구상은 향후 50년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위한 과정이다.
다시 말해, 미래를 책임질 젊은 직원들이 이번 TF의 주축인 셈이다. TF는 형식상 분과장이 있지만, 수평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논의도 윗사람 간섭없이 자율적으로 진행되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진솔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풍요로울 것으로 기대한다.
그린 리부트 3가지 핵심 과제를 추진해 가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이사장이 하자고 했기 때문에, 외부의 혁신 압력이 있으니까, 변하는 외부 환경에 맞춰야 해서 ‘리부트’하는 것은 제가 바라는 혁신이 아니다.
미래를 그리는 것은 우리 직원들이 주체가 돼야 한다. 우리 기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직원들이 자기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참여해야 우리가 갈 방향을 제대로 설계하고, 얻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주길 바란다.
저는 젊은 세대들의 ‘유쾌한 반란’을 기대한다. 함께 치열하게 토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면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보다 선명해지고, 참여한 구성원도 조직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