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재미있는 저작권 심의사례]①'아파트 실거래가 표'에도 저작권이?

2025-07-15

디지털 콘텐츠 유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저작권 침해 사례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대응해 한국저작권보호원 산하의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는 온라인에서 발견된 불법복제물에 대해 삭제·전송중단, 게시자 경고 등 시정조치를 심의한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에 자율적 조치를 권고한다.

이러한 시정권고 제도는 콘텐츠 플랫폼이 저작권 침해에 신속히 대응하도록 유도할 뿐 아니라, 이용자에게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를 사전에 알려 분쟁을 예방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전자신문은 '알면 재미있는 저작권 심의사례'를 통해 위원회 판단을 바탕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마주치는 저작권 문제를 흥미로운 사례 중심으로 풀어본다.

#. “공공 데이터인데 출처만 밝히면 문제없지 않을까요?” 부동산 정보에 관심이 많은 A씨는 '내 집 마련하기' 온라인 카페의 열성 회원이다. 그는 매일 '아파트 투데이'라는 웹사이트에 올라오는 서초구 아파트 실거래가 표가 유용하다고 판단해 이를 한 칸씩 캡처해 자신의 카페 게시글에 붙여넣기 시작했다. 출처도 명시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뒤, '아파트 투데이' 운영자로부터 게시글 삭제 요청과 함께 '저작권 침해 경고문'을 받게 됐다.

표나 수치처럼 단순한 정보도 창의적으로 선택·배열됐다면 '편집저작물'로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글이나 영상처럼 예술적 요소가 가미되지 않아도, 편집자 기준과 경험이 반영돼 정보가 정리되었다면 그 자체로 저작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법원도 2021년 판결(2020도13556)에서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취사선택과 배열이 편집자 창작성을 반영한 경우, 편집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

A씨가 가져온 실거래가 표는 국토교통부 공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됐지만 각 아파트 단지별로 계약일·전용면적·층·거래금액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한눈에 보기 쉽도록 배열한 것이 특징이었다. 이런 방식은 단순한 정보의 나열을 넘어 정보를 재구성한 창작적 편집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한국저작권보호원 산하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는 최근 실제 유사 사례에 대해 심의를 거쳐 해당 부동산 정보 게시물은 단순 정보 나열을 넘어 소재의 선택과 배열에 창작성이 드러난 편집저작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를 출처 표시 없이 반복적으로 무단 복제·전송했고, 게시자가 카페 내 영향력 확대 등 일정한 이익을 얻은 정황도 있었다. 특히 권리자가 수차례 삭제 요청과 경고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침해 행위가 중단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는 해당 게시물에 대해 삭제·전송중단 조치와 게시자에 대한 경고를 시정권고를 의결했다.

〈공동기획〉 한국저작권보호원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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