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축구 구단들의 재정 건전성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잉글랜드 상위 4부리그 구단 절반 이상이 사실상 지급불능 상태에 놓여 있으며, 단 20%만이 수지를 맞추고, 불과 9%만이 석 달치 임금을 충당할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다.
축구 개혁 캠페인 단체 ‘페어 게임(Fair Game)’은 매년 영국 프로·세미프로 구단을 대상으로 재정·거버넌스·팬 참여 등을 평가하는 ‘페어 게임 인덱스’를 발간한다. 2025년 보고서는 잉글랜드 1~6부 리그 소속 164개 구단을 분석했으며, 특히 독립축구규제기구(IFR) 출범을 앞두고 각 구단이 ‘규제 대비’ 상태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결과는 암울하다. 프리미어리그를 포함한 상위 4개 리그 구단 중 43곳은 은행에 한 달치 운영자금도 없는 상태였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구단의 4분의 3은 적자를 기록했고, 4분의 1은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법적으로 ‘지급불능’ 상태였다.
보고서는 IFR의 기준을 충족한 구단에 등급을 부여했다. 골드 어워드는 브라이턴, 케임브리지 유나이티드, 칼라일 유나이티드, 윔블던, 그리고 6부리그 세미프로 팀 바스 시티 등 5개 구단에만 돌아갔다. 첼시, 맨체스터시티, 맨체스터유나이티드, 토트넘 등은 실버 어워드를 받았으며, 아스널·리버풀·웨스트햄 등은 최소 기준을 충족한 브론즈 어워드에 그쳤다.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골드 어워드를 받으려면 팬 참여, 재정, 거버넌스, 투명성 등 핵심 영역에서 최소 기준을 충족하고, 지역사회 참여·다양성·환경·윤리라는 ‘클럽 가치 영역’까지 포함한 종합 점수가 높아야 했다”며 “그런데 환경과 윤리 부문 점수는 특히 낮았다.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 중 19개가 도박·주류 관련 스폰서를 두고 있으며, 탄소배출 감축 목표와 로드맵을 갖춘 구단은 8곳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페어 게임의 나이얼 쿠퍼 대표는 “오늘 보고서는 축구가 왜 규제를 필요로 하는지 명확히 보여준다”며 “재정적 방만은 만연하고, 올바른 거버넌스는 희귀하며, 윤리와 환경 문제는 이사회에조차 오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쿠퍼 대표는 이어 “예외적인 구단들이 존재하는 만큼, 재정적 보상 구조는 이들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오는 11월부터 단계적으로 독립축구규제기구(IFR)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 기구는 구단주 적격성 심사와 재정 투명성 확보를 중점적으로 다룰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