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명한다 “불면과 불안의 밤을 끝내라”

2025-03-21

※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3월 17일

시민들이 주말 서울 광화문 일대를 가득 채웠습니다. 주 중후반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이뤄질 것이라 예상되면서 윤 대통령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렸습니다. “즉각 파면”과 “즉각 복귀” 등 집회 참석자들의 목소리는 달랐지만, 탄핵 선고 전 마지막 주말 집회가 될 거라는 기대감은 같았습니다.

1면 사진은 주말 광화문에서 열린 15차 범시민 대행진 참가자들의 모습입니다. 한 앵글에 다 담을 수는 없었지만, 집회의 규모와 공간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3월 18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로 시작하는 사진설명을 2주 넘게 쓰고 있습니다. 이번 주 선고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헌재에서는 선고일 공지가 없습니다. 이날 종교계·학계 인사와 여성·성소수자·청년·노동자 등 시민 8000여 명이 ‘윤석열 즉각 파면촉구 각계 긴급 시국선언’을 발표했습니다. 한 참가자는 “온 국민이 불안감에 깊은 잠도 못 드는 나날이 105일째 이어지고 있다”며 “탄핵이 신속히 인용되어야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1면 사진은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시국선언 모습입니다. 이틀 연속으로 대규모 집회 사진을 쓰는 것에 잠시 마음에 걸렸습니다만, ‘불안의 밤’을 어서 끝내고 싶은 바람이었습니다.

■3월 19일

큰 이슈들 사이에서 풍경사진은 흔히 ‘한가해 보인다’라는 이유 등으로 1면 사진 후보군에서 일찌감치 배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탄핵 정국엔 말해 뭐하겠습니까. 그렇다고 ‘탄핵 사진’만 줄기차게 쓰는 것에 대해서도 ‘이건 아닌데 다른 거 없을까?’ 하지요. 지난 이틀 탄핵 집회 사진을 1면에 썼으니 다른 사진을 써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3월 중순인데 이례적인 폭설이 내렸습니다. 가장 늦은 대설특보 기록도 갈아치웠습니다. 눈 덮인 경복궁과 청와대가 한 앵글에 담긴 ‘한가해 보이는’ 사진을 1면에 썼습니다. 계절을 거스른 설경입니다. 시국의 갑갑함이 아니었더라면 훨씬 더 좋아 보였을 텐데요. 봄이라는데 마음은 여전히 시립니다.

■3월 20일

금요일(21일)쯤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선고를 예상했던 터라 19일이면 헌재에서 선고일을 지정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날도 선고일을 지정하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혼란은 커지고, 긴장과 피로감이 높아졌습니다. 헌재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재판관들이 ‘인용·기각·각하’를 놓고 격론을 벌인다, 만장일치로 합의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결론이 났으나 결정문 문구를 다듬고 있다 등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헌재의 침묵에 탄핵 찬반을 촉구하는 이들의 농성과 시위도 종일 이어졌습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광화문 월대 앞에서 오후 1시 59분에 맞춰 희생자 159명을 기리며 ‘윤석열 파면 기원 159배’를 진행했습니다. 1면 사진입니다.

■3월 21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여야 의원들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연일 기자회견을 열고 있습니다. 여야가 같은 시간에 ‘맞불시위’를 벌이기도 합니다. 이날 헌재 앞에서 윤 대통령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건너편 인도에서 날아온 계란을 맞는 봉변을 당했습니다. 백혜련 의원이 계란을 얼굴에 맞은 채 항의하는 사진은 일찌감치 1면 후보로 낙점이 됐습니다. 헌재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혼란과 분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자 장면이었습니다.

이날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하는 검찰의 오세훈 서울시장 압수수색, 연금개혁안 여야 합의 등 비중 있는 뉴스사진이 더러 있었지만 ‘계란 봉변’ 사진을 넘어설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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