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대부흥 운동, 한민족 신앙과 주체성을 강화하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에서 출간한 ‘한민족 선민 대서사시’는 한민족이 역사적·영적 경험과 기독교 부흥 운동을 통해 신앙적 주체성과 민족적 각성을 이뤄 인류를 구원할 새인물 재림메시아와 독생녀를 맞이할 세계사적·종교적 기반을 형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민족과 기독교의 역사적·종교적 서사는 문화적 상징과 권력 구조가 결합된 사회적·정치적 담론으로 읽을 수도 있다. 미국의 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Clifford Geertz)의 문화 해석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 서사는 한민족과 기독교 신앙을 의미와 상징의 체계로 구성해 사건과 인물, 종교적 경험에 내재한 문화적 의미를 드러낸다. 예를 들어, 독생녀와 재림메시아, 어린양 혼인 잔치 등은 한민족의 역사적 운명과 신앙적 사명을 상징하는 문화적 텍스트로 기능한다. 이러한 상징은 한민족과 기독교 문명을 상호 연결하거나 재림과 구원이라는 종말론적 서사를 형성한다.

유대민족에서 기독교 문명으로
이 서사가 유대민족에서 기독교 문명으로 이어지는 섭리적 과정을 서술하면서 예수님의 십자가와 초기 기독교의 실패를 강조하는데 왜 그럴까. 이는 유대민족이 섭리적 책임을 다하지 못함으로써 예수님이 십자가의 길을 가야 했고, 다시 올 재림메시아와 독생녀를 맞이하기 위한 기반 마련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기독교가 서구 문명 속에서 인간 중심적 제도와 권력에 매몰되며 본래의 섭리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서술은 서구 권력 구조에 대한 비판적 담론으로 읽힌다.
다른 한편,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의 오리엔탈리즘 시각에서는 서구 중심적 종교와 제도가 권력과 결탁하여 지배적 담론을 형성했음을 지적하며, 한민족과 한국 기독교가 세계사적 중심으로 설 수 있는 대안적 담론을 구축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종교개혁과 청교도 운동을 통해 독생녀 탄생을 위한 기독교의 기반이 조성되었다고도 설명한다.
1543년 프랑스의 종교개혁가 장 칼뱅(Jehan Cauvin)의 ‘기독교강요’와 1560~1660년 청교도 신앙 운동은 타락한 인간이 회개를 통해 은혜를 받을 수 있다는 신념과 경건함의 실천을 강조하며, 미국 건국과 영적 기반 형성에 연결된다. 기어츠적 관점에서 이러한 역사적 사건과 신앙적 행위가 민족적·문화적 의미를 내포한 상징적 행위로 해석된다. 청교도 신앙과 미국 사회의 형성은 한국 한민족이 수용한 기독교와 연결되며, 신앙적 기대가 민족적 주체성과 결합되는 문화적 맥락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제 없이 선교된 한국의 기독교
한국 기독교의 특수성을 보여주는 부분도 있다. 한민족은 외부 선교사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기독교를 받아들였다는 사실이다. 조선 최초의 천주교 영세자 이승훈과 김대건 신부의 사례, 그리고 서상륜과 이수정 등이 성서를 번역하고 신앙을 전파한 사례는 한민족의 주체적 종교 실천과 문화적 적응 능력을 보여준다. 기어츠적 관점에서 볼 때 문화적 텍스트가 민족적 경험과 신앙적 의미를 결합한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사이드적 관점에서는 한민족이 서구 선교 담론과 권력 구조 속에서 독자적 주체성을 확보하고, 세계사적 중심 위치를 주장하는 반권력적 담론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평양 대부흥 운동과 한민족의 오순절 성령 부흥 역시 사회적·문화적 각성 운동으로 해석된다. 1903년 원산에서 시작된 소규모 부흥에서 1907년 평양 장대현교회 중심의 대부흥으로 확산되며, 회개와 영적 갱신, 성령 체험을 강조하는 과정은 한민족이 스스로 신앙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회적 행동을 조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길선주 목사의 새벽기도회와 사경회, 전국적 부흥 확산은 종교적 실천을 통한 사회적 연대와 민족적 각성을 상징하는데, 이는 기어츠적 해석에서 신앙 행위와 문화적 의미가 결합된 사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민족적 기대와 국제적 연계가 드러나는 부분을 살펴보자. 일본의 기독교 복음주의자 우치무라 간조(內村鑑三)는 평양 대부흥 운동을 보고 하나님은 조선을 사랑하며, 군대와 군함보다 능력이 더 강한 성령을 보내주었다고 증거했다. 재림운동과 한국 기독교 성령 운동에 대한 관찰은 한민족이 세계사적 중심이 될 수 있는 역사적·종교적 정당성을 담론화한다. 사이드적 관점에서 이는 서구 중심적 기독교 권력과 문명 담론에 대항하여 한민족의 종교적·민족적 주체성을 세계사 속에서 서사화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새인물 탄생을 위한 신앙적 여정
종합하면, 한민족 서사는 한민족과 기독교의 역사적 사건과 신앙 경험을 문화적 상징과 권력 담론이 결합된 텍스트로 제시한다. 기어츠적 관점에서는 독생녀, 재림 메시아, 부흥 운동 등 모든 사건과 행위가 문화적 의미와 상징성을 담고 있는 텍스트로 해석되며, 사회적·종교적 공동체 정체성을 강화한다. 사이드적 관점에서는 서구 중심 기독교 문명의 실패와 권력 결탁을 비판하며, 한민족이 종말론적 사명을 수행할 세계사적 주체로 자리매김하는 담론을 형성한다.
안토니 기든스(Anthony Giddens)의 구조화 이론 관점에서는 인류사회를 평화로 이끌 새인물 독생녀와 재림 메시아의 탄생을 향한 신앙적·사회적 여정이 문화적·제도적·역사적 구조와 개인 및 집단 행위의 지속적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한민족의 주체적 신앙 실천과 집단적 부흥 운동은 민족적·세계사적 정당성을 형성하는 사회적·정치학적 의미를 지닌 역사적 과정으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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