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경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님께, 어느덧 27년 전인 1998년 사업 파트너로 함께했던 박문수입니다. 매우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감회가 새롭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는 한 기업인이 아닌, 절박한 심정을 가진 한국인으로서 이 글을 씁니다.
트럼프 대통령님, 지금 대한민국은 심각한 정치·경제적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제2의 ‘IMF 사태’가 눈앞에 다가온 듯한 불안감이 온 나라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상황이 마치 당신의 손에 달려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것입니다. 마치 식민지처럼 미국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는 자괴감이 대한민국 사회를 먹구름처럼 덮고 있습니다.
한·미 통상협상 윈윈 관계 맺어야
‘경제 식민지’처럼 한국 취급 안 돼
한국 살아야 미국 이익에도 부합

한·미동맹은 지난 70년 넘게 한국의 안보를 지켜온 핵심축입니다. 피로 맺어진 동맹입니다. 한국전쟁에서 미국의 젊은이들이 흘린 피와 희생은 아직도 한반도의 산과 들에 고스란히 배어 있습니다. 한국의 젊은이들도 베트남에서 미군과 함께 많은 피를 흘렸습니다. 그 동맹 덕분에 한국은 폐허에서 일어나 세계 10위권 경제로 성장했고, 미국은 아시아의 든든한 민주주의 파트너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동맹의 역사에는 늘 양면이 존재했습니다.
1905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일본의 한국 지배를 묵인하고, 일본은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인정하는 비밀 합의를 했습니다. 이른바 ‘가쓰라-태프트’ 밀약입니다. 그때 한국은 강대국의 거래 테이블 위에 올려진 작은 바둑알에 불과했습니다. 미국은 한국의 자유를 외면했고, 일본은 한국을 식민지로 삼았습니다. 천추의 한이 한국인의 가슴에 못처럼 박혀 있습니다.
요즈음, 트럼프 대통령님께서 보여주시는 태도 속에서 그 악몽의 그림자가 되살아나는 것을 봅니다. 한국을 뇌가 없는 ‘봉’으로 삼거나, 혹은 ‘경제 식민지’처럼 취급하는 발언과 정책은, 동맹의 가치를 훼손하고 한국 국민에게 깊은 불신과 분노와 상처를 안겨 주고 있습니다. 3500억 달러 현금 투자 요구 등에 대해 험한 말이 한국인 입에서 터져 나오고, ‘광우병 사태’와 같은 극심한 ‘반미 시위’의 불씨마저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님께서는 ‘위대한 미국’과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고 계십니다. 모든 지도자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해야 합니다. 하지만 동맹이란 일방적 강압이 아니라 상호 존중에 기반해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신께 현명한 제안을 했습니다. 당신은 피스메이커가 되고 자신은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는 제안입니다. 한국이 ‘위대한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님의 성공을 위한 진정한 파트너가 되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상호 이익과 공동의 성공을 위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의미합니다. 그럴 리 없겠지만 만약 트럼프 대통령님의 속단과 일방적 요구 관철로 이재명 정부가 무너진다면, 한국 민주주의도 함께 무너집니다. 그 여파는 한국에만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동아시아 전체의 민주주의 진영이 흔들리고, 미국의 아시아 및 세계 전략도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더 나아가 진정으로 당신과 협력하려는 민주적 동맹이 깨지고, 그 자리를 불안정과 혼란이 채우게 될 것입니다. 페이스메이커를 잃은 러너는 기록을 낼 수도, 피스메이커의 자리에 설 수도 없습니다. 대한민국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은 트럼프 대통령님의 성공입니다. 둘 중 하나가 무너지면 둘 다 무너집니다.
한국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열쇠는 당신 손에 있습니다.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통상협상이 상호존중의 토대 위에 조속히 타결돼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리더십을 발휘해 주시기를 앙망합니다. 진정으로 한국을 존중하고 한국 정부의 진심 어린 평화 노력에 힘을 보태신다면, 그것은 곧 미국을 위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한국과 미국이 서로를 존중하는 파트너로 다시 설 때, 우리는 함께 더 큰 자유와 번영을 누리게 될 것이며, 당신께서도 21세기의 위대한 자유민주주의 지도자, 위대한 세계 평화 지도자로 우뚝 서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이 몸이 죽고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도 변함없다는 마음으로 트럼프 대통령님 당신을 위하여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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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수 미래와 가치 회장·(재)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