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035760)이 콘텐츠웨이브(웨이브)에 티빙 출신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파견하고 티빙·웨이브 합병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합병에 앞서 티빙은 물론 웨이브에 대한 재무적 영향력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또 웨이브의 사업적 특성을 더욱 면밀히 파악하고, 향후 티빙과의 동반 성장을 위한 전략 수립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1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CJ ENM은 이양기 전 티빙 CFO를 웨이브 CFO로 파견했다. 이로써 CJ ENM은 티빙뿐 아니라 웨이브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또 재무·회계 정보뿐 아니라 경영과 관련한 일부 정보도 취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SK스퀘어(402340)와 함께 웨이브에 2500억 원을 투자한 CJ ENM은 당시 주요 투자자로서 임원 선임권을 확보하고 경영진 파견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CJ ENM은 이 CFO를 지난해 12월 티빙에서 CJ ENM으로 복귀시켰다. 이 CFO는 CJ와 CJ ENM에서 재무 업무를 담당했으며 티빙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인 2023년까지 CJ ENM의 사업관리담당으로 근무했다.
이 CFO는 웨이브에 합류한 이후에도 티빙을 오가며 양사 합병을 위한 재무적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통해 최종 합병 계약이 이뤄지면 신속하게 관련 후속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티빙의 CFO는 공석인 상태다.
또 CJ ENM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임원 겸임 기업결합심사'도 신청했다. 해당 심사를 통과하게 되면 향후 CFO는 물론 대표이사 등이 양사의 임원을 겸임할 수 있다. 해당 심사 과정에는 일반적으로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결과가 나오기 전 CFO 파견부터 진행한 것이다.
현재 티빙과 웨이브 주주들 대부분은 합병에 대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티빙의 주요 주주로 있는 KT(030200)그룹의 의사결정이 늦어지면서 합병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KT 관계자는 "KT그룹과 티빙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미치는 영향과 티빙 주주로서 주주가치 제고에 유리한지 여부를 고려해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CJ ENM은 빠르게 변화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환경에 대응하려면 티빙·웨이브 합병을 빨리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아이에이지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OTT 시장은 지난해 12월 기준 넷플릭스가 사용자 수 1299만 명을 확보하고 독주 체제를 굳혔다. 여기에 쿠팡플레이가 709만 명의 사용자 수로 티빙을 맹추격 중이다. 티빙과 웨이브는 각각 약 725만 명과 437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 중이다.
OTT 업계에서는 양사가 합병할 경우 사용자 수 순증 효과와 함께 비용 개선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 가입자당 제작비 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바탕으로 확보한 여력을 바탕으로 고품질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늘려 나간다면 사용자 수의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티빙 관계자는 "CJ ENM과 SK스퀘어와의 전략적 공동 투자 이후 웨이브 CFO를 파견하게 된 것"이라며 "향후 양사의 다양한 시너지 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