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햇빛·바람 연금과 농촌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농업·농촌 지원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전남 신안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미 시범사업을 추진 중인 사안들이기에 그 과정에서 확인된 문제점들을 개선·보완한다면 본격적인 도입도 가능해 보인다.
이는 기존의 공익직불금을 대폭 확충한다는 공약에 더해 농민의 소득기반을 한층 보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공약대로 추진된다면 도농간 소득 및 삶의 질 격차, 이로 인한 농업의 성장 정체와 농촌소멸의 가속화라는 오래된 난제를 풀어내는 단초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문제의 정확한 해법을 위해서는 필요조건 외에도 충분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이전된 농가와 농촌 주민의 소득증대는 이 문제 해법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난 30여년 동안 평균 명목 농업소득은 매년 1000만원 내외로 정체된 반면 이전소득은 계속 늘어 2022년부터 농업소득을 추월했다.
이에 따라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도 1995년 48%에서 2024년 18.9%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는 이전소득 증가만으로는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의 본질적인 해법이 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농가 경제의 지속가능성은 안정적인 농업소득의 증대가 수반돼야 한다. 이전소득에만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되면 산업으로서의 농업 경쟁력은 떨어지고 이는 도전적인 청년농민의 유입과 농촌 경제의 다변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학계에서도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농민의 소득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먼저인지, 영세하고 고령화된 농업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인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그러나 돌아보니 선후관계가 아니라 동시에 풀어나가야 했던 과제였다고 생각된다. 농업직불금은 해마다 늘어났지만, 농업구조 개선은 방치됐다.
그 결과 우리 농가는 100만가구 이하로 줄었는데 농업경영체는 184만개까지 늘어났다.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율은 52.6%에 달하고, 전체 경영체의 3분의 2가 1인 농업경영체인 ‘전혀 지속가능해 보이지 않는’ 농업구조를 직면하게 됐다. 농가(경영체)당 경지면적은 네덜란드가 8㏊ 이상이고 이웃 일본도 3㏊를 넘어선 지 오래지만 우리는 수십년째 1.5㏊에 머물러 있다.
결국 진정한 농업혁신을 위해서는 미래지향적인 농업구조를 견인할 수 있는 법·제도의 개혁이 수반돼야 한다. 정책 지원대상을 일정 규모 이상의 실경작 농민으로 한정하고, 농지 규모화와 신규 청년농에게로의 이전을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 농업과 공익활동에 대한 지원을 사회보장성 지원과 분리하고 지원 대상도 구분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65세 이상일 경우 농업직불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
농업에 대한 재정 지원의 정당성과 정확성 차원에서 농민도 소득세를 납부하고 농산물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부과해야 한다. 8년 자경 농지의 양도소득세 감면도 진짜 농민으로 제한해야 한다. 이게 바로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의 충분조건이다.
다행히 고무적인 것은 신임 대통령이 농업과 농촌을 일방적으로 지원해야만 하는 사양산업이자 낙후지역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 시대의 경제안보의 핵심분야로 그리고 저성장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이 충분조건을 달성할 가능성에 기대를 건다.
문한필 전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