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사회로 나아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한 전략은 기본사회위원회에서 진행한다. 출생부터 노후까지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촘촘히 구축하는 데 목표를 맞췄다. 공공의료 강화, 지역사회 통합 돌봄, 주 4.5일제 도입, 정년연장, '아프면 쉴 권리'(상병수당) 확대 등도 같은 맥락이다.
대표 공약이 아동수당의 단계적 확대다. 지금 0~7세에게 매달 10만원 지급하는데 17세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보편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6일 임명된 문진영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이 대통령에게 제시한 정책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6일 문 수석의 인선을 발표하며 "아동수당 도입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시해 온 분으로 대통령의 복지 국가 비전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다수 회원국이 시행한다.
임기 내 완성하려면 5년 동안 매년 두 살씩 올려야 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활용해 추산하면 내년에 지급 대상 아동이 약 72만명, 예산이 8586억원 늘어난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30년엔 359만여명, 4조 2950억원 늘어난다. 이런 식으로 5년간 13조원 더 필요하다.

청년미래적금, 노인 기초연금 부부 감액 개선, 일하는 어르신 국민연금 단계적 개선 등도 청년과 노인의 소득 증대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기초연금 부부 감액에 문제의식이 강하다. 2022년 대선 때는 폐지를 내세웠다. 부부가 기초연금을 동시에 받으면 20% 감액한다. 1월 기준 기초연금 수급자의 38%인 256만명이 감액된다.
감액률을 10%로 낮출 수도 있다. 여기에 1조원 넘게 필요하다. 국민연금 감액도 손 본다. 국민연금 수급자의 소득이 월 309만원(소득 공제 후) 넘으면 국민연금을 최대 50% 깎는다. 지난해 말 13만7061명이 월평균 19만원 깎인다. 일할 욕구를 꺾기 때문에 고령화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수당 확대는 복지 사각지대를 메워주기 때문에 바람직하긴 하지만 재정 현황, 정책 우선순위를 고려해 시행하는 게 좋다"며 "기초연금 감액 개선에 재정이 감당하기 어렵다. 이보다 저소득층 연금 보험료 지원을 늘려 국민연금 수급자를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국민연금 모수개혁을 주도했다. 보험료를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로 올렸다. 27년 만에 정말 어렵게 보험료를 올렸다. 구조개혁은 국회에 가동 중인 연금특위에 맡길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서 기초연금 부부 삭감 축소나 일하는 수급자 연금 삭감 개선을 함께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의 기본사회의 한 축은 돌봄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인기는 별로 없는 분야다. 이 대통령은 영유아·초등·어르신·장애인, 간호·간병 등의 5대 돌봄 국가책임제에다 사회가 함께 돌보는 돌봄 기본사회를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아동수당 등의 현금 복지보다 통합돌봄 서비스 체계 구축이 더 비중 있게 추진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재가서비스 시설과 인력 확충, 공동식당·빨래방 등을 갖춘 노인 지원 주택 확대 등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은 "노인 돌봄 인프라를 확대하면 삶의 질이 올라가고 양질의 노인 일자리가 늘어나며 의료비도 줄게 된다"고 말한다. 관련 산업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을 공약에 내걸었다. 간병비는 '간병 살인'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불러올 만큼 심각하다. 건보를 적용하면 범위에 따라 적게는 연간 1조원, 많게는 15조원 든다. 다만 건보를 적용하면 요양병원을 집 삼아 사는 '사회적 입원'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생긴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지만 사회적 입원을 줄이고, 간병 인력 질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노숙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장은 "복지관별 급식 단가를 통일해 한 끼만이라도 제대로 제공하고, 복지관의 정신건강 상담 기능을 강화해 우울증을 막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극빈층 복지를 챙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려면 자식의 부양 능력을 따지는데, 이게 부양의무자 제도이다. 이 때문에 의료급여 혜택을 못 보는 극빈층이 많다. 이 대통령은 이를 완전 폐지하기로 했다. 40만명이 혜택을 보게 되고, 여기에 최소 3조원이 들어간다. 이참에 의료급여를 건강보험에 포함하는 방안도 고려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1년 4개월 된 의대 증원 갈등 해결도 이 대통령의 과제이다. 전공의·의대생은 새 정부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새 정부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다. 이 대통령은 '진짜 의료개혁'을 내세운다. 지역의사제 도입, 지역의대·공공의료사관학교 신설, 진료권 중심의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 등이 핵심 내용이다.
지역의사제는 의대에 별도 정원을 주고 의사를 길러내 지역에 10년(인턴·레지던트 기간 제외) 근무를 강제하는 방식이다. 학비·생활비를 전액 지원한다. 인천·전남·전북에 공공(국립) 의대를 1곳씩 세우고, 경북에 일반 의대 1곳 신설을 검토하는 등 지역 4곳에 의대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전남 국립의대 신설은 여야 공통 공약으로 이견이 없어 빠르게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4일 "의대가 기존 40개보다 늘어나는 건 문제"라며 "부속병원을 만들어 유지하는 부담이 크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특수 분야 의사를 양성한다는 정책에 야당도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공의대의 실효성 등 구체적인 부분은 논의가 필요하지만,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책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 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