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파산 90% 재난대출 부채
개인은 해고·질병에 소득 급감
파산 쉬운 버전 등장 문의 급증
사업 살리려 재산 올인 피해야
#. 소규모 소매업체를 운영하는 K씨는 팬데믹 기간 매출이 급감해 사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연방중소기업청(SBA)이 제공하는 경제피해재난대출(EIDL)을 받아서 사업을 이어왔지만 2년의 상환 유예 기간이 지나자 당시 받았던 수십만 달러의 대출 상환이 큰 부담이 됐다. 매출도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아 결국은 파산 신청을 했다. 파산을 통해서 SBA 대출을 탕감받은 뒤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 자바시장에서 의류 도매업을 하는 S씨의 업체는 납품했던 의류에 대한 대규모 반품이 발생하며 위기를 맞았다. 경기가 좋았다면 감당할 수 있었겠지만, 올해는 부진한 매출 때문에 큰 손해를 봤다. 거래처에도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소송에 휘말렸다. 고심 끝에 그는 파산 신청을 하고 회생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인 자영업자와 소기업 파산 신청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산법 전문 변호사들에 따르면, 한인 개인과 영세 기업들이 파산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켈리 장 변호사는 “법인 파산과 개인 파산 모두 전년 대비 30% 정도 늘었다”며 “소상공인들이 불경기를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해고나 질병 등의 이유로 소득이 급감한 개인 파산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특히 펜데믹 기간 제공됐던 대출이나 그랜트 등을 통해서 사업을 이어나가다 결국 급감한 매출을 극복하지 못한 소상공인이나 영세업체가 파산 절차를 밟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장 변호사는 “최근 법인 파산 상담의 90%가 SBA EIDL 관련 부채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파산법 변호사도 “팬데믹 때 EIDL을 무리하게 받고 엄한데 투자했다가 대출 상환이 어려워서 파산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파산 절차인 챕터 11의 과정이 간소화된 것도 소상공인이 파산 절차를 진행하는 이유 중 하나다.
상법 전문 이승호 변호사는 “기존 챕터 11은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기에 대기업만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으로 여겨졌다”며 “하지만 2019년부터 소규모 기업이 더 쉽게 회생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서브챕터5’라는 간소화 버전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올해 소매업체들의 서브챕터5를 통한 파산 문의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챕터 11은 챕터 7 또는 13 파산의 자격이 안 되는 개인이나 회사의 기업회생(Reorganization)을 목적으로 한 파산을 가리킨다.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파산 신청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연방 법원이 최근 발표한 2024년 3분기 기준 지난 1년간 파산 건수는 50만4112건으로 이는 전년 동기의 43만3658건에 비하면 16.2%가 는 것이다. 항목별로 보면 법인 파산의 증가가 눈에 띈다. 2023년 3분기 1만7051건이었던 법인 파산은 2만2762건으로 33.5% 올랐다. 이는 5년래 최고치다. 개인 파산은 지난해 3분기(41만6607건)와 올해 3분기(48만1350건)를 비교하면 15.5%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겼거나 사업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경우 더 상황이 악화하기 전 파산을 통한 회생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파멜라 푸히 조지아대학 법대 교수는 WSJ과의 인터뷰를 통해 “채권자가 필수 자산에 대해 압류를 진행하면 회생절차에 대해서 고려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한인들은 사업을 살리려고 개인 재산까지 모두 희생한 후에야 파산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적절한 시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조원희 기자